명절 이후 무릎 관절염 환자가 늘어나는 이유
2019.09.07 07:59
수정 : 2019.09.07 07:59기사원문
얼마 전 따님 손에 이끌려 내원한 최 모씨(76·여). 바깥으로 휜 다리로 절뚝거리며 걷는 모습이 육안으로 보기에도 많이 불편해 보였다.
X-레이 사진을 보니 이미 양쪽 무릎 모두 뼈가 맞닿아있을 정도로 연골 손상이 심했다. 무릎 통증으로 많이 불편했을 거로 보였는데 할머니는 그저 참을만하다며 괜찮다는 말만 반복했다.
걷지 못해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라면 인공관절 수술을 받는 게 최선의 선택이라는 말에 최 씨 할머니는 손사래를 치며 기본 치료만 받고 돌아갔지만 얼마 뒤 수술날짜를 잡겠다며 다시 내원했다. 퉁퉁 붓고 아픈 무릎으로 병원을 찾은 할머니는 이번 추석만 지나고 수술을 받겠다고 다짐하듯 말하고 진료실을 나섰다.
명절이 지나고 나면 부모님을 모시고 무릎 관절염 진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는 이들이 늘어난다. 명절이면 오랜만에 보는 자식들과 손주들을 볼 생각에 평소보다 많이 움직이거나 과도한 가사노동으로 인해 평소에도 욱씬거리던 무릎 통증이 더 심해지기 때문이다.
60~70대 부모님들의 경우 오랜 시간 무릎에 통증을 참고 견디다 걷지 못할 정도의 극심한 통증으로 발전했을 때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 정도로 통증이 심해졌을 땐 안타깝게도 인공관절 수술이 필요한 말기 퇴행성 관절염인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걷거나 서 있을 때 체중의 75~90%가 쏠리는 무릎은 관절염에 가장 취약한 부분이다. 퇴행성 관절염은 뼈를 보호하고 관절 운동을 부드럽게 해주는 연골의 손상으로 염증 및 통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그런데 연골은 통증 세포가 없어 다 닳아 뼈끼리 부딪칠 때까지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아프다 말다 반복되는 무릎 통증을 그저 노화에 의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여겨 증상을 방치하다 인공관절 수술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태에 이르러 뒤늦게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수술을 받지 않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정상적인 보행이 어려울 정도로 무릎이 손상됐다면 수술을 잘 받는 것도 중요하다. 관절염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걷는 게 힘들어지고 이로 인해 야외 활동이 줄어들면서 운동부족으로 만성질환과 관절염을 악화시킬 뿐 아니라 심혈관계 질환이나 우울증 등 2차 질환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기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자녀들이 걱정할까 봐 혹은 치료비 부담을 줄까 걱정돼 아픈 것을 참고 견디다 뒤늦게 병원을 찾는 부모님들 많다. 이번 명절에는 부모님의 걸음걸이를 살펴보고 무릎이 평소보다 휘어있거나 부어있지는 않은지 부모님의 무릎 상태를 확인해보는 건 어떨까.
/정구황 원장 (바른세상병원 관절클리닉 / 정형외과 전문의)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