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상인들 "제로페이, 구청 직원들만 써요"

      2019.09.06 17:23   수정 : 2019.09.06 20:14기사원문

"구청 직원들 말고는 제로페이 쓰는 사람을 한 명도 못 봤어요."

서울 망원동 망원시장에서 음식점을 하는 유지현씨(가명)는 제로페이 이용률에 대해 이같이 말하며 손사래를 쳤다. 유씨는 지난달 계산대 앞에 세워뒀던 제로페이 QR코드를 치워버렸다. 가게 벽면에는 뜯긴 제로페이 가맹점 스티커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제로페이를 찾는 소비자가 없다 보니 아예 없앴다는 게 유씨의 설명이다.

제로페이는 소상공인의 카드 결제 수수료 부담을 덜기 위해 도입된 간편결제 서비스로, 소비자는 이용 금액의 최대 40%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지난 2일 찾은 망원시장에서는 상인과 소비자 모두 제로페이를 외면하고 있었다.

■"어렵고 귀찮아" "쓰는 사람도 없어"

제로페이가 도입된지 약 8개월이 지났지만 몇몇 상인들은 제로페이 가맹점 우편물을 뜯어보지도 않은 채 방치했다. 망원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신모씨는 지난 2월 받은 우편물을 이날 처음 뜯어봤다. 안에는 제로페이 가입 안내서와 제로페이 가맹점 스티커 두 장, 가게 이름이 적힌 QR코드 스티커 한 장이 들어있었다.

신씨는 "구청에서 몇 번 나오긴 했는데 도통 모르겠어서 우편물을 서랍 안에 넣어뒀다"며 "스마트폰에 뭘 깔고 어떻게 가입하는지를 알 수 없으니 그냥 포기했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다른 상인인 최모씨는 아예 해당 우편물을 분실했다. 최씨는 "연초에 제로페이 우편물을 받은 기억은 나는데 어디에 뒀는지 까먹었다"며 "제로페이 쓰라고 홍보는 엄청나게 하는데 어차피 손님들도 안 찾으니 자연스럽게 안 쓰게 됐다"고 밝혔다.

■"제로페이 실효성 떨어져" "온누리상품권처럼 정착할 것"

이날 망원시장을 방문한 소비자들도 제로페이보다는 현금과 카드 사용을 선호했다. 제로페이 가맹점에서 현금으로 찹쌀도넛을 산 임경식씨(52·가명)는 "현금이나 카드만으로 충분히 편한데 굳이 여기까지 와서 제로페이 깔고 써야 할 필요를 못 느꼈다"며 "혜택 주겠다고 만든 건 이해하는데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제로페이로 5000원 이상을 결제하면 에코백을 준다는 소식에 김다혜씨(32·가명)는 망원시장에서 처음 제로페이를 사용했다. 그런 김씨마저 "물건 담을 곳이 없어서 제로페이를 써봤는데 상인들, 특히 나이 많은 상인들이 싫어하는 눈치였다"며 "이제 시장에서는 안쓸 계획"이라고 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측은 제로페이가 아직 과도기에 있다고 진단했다. 소진공 관계자는 "상인회가 매달 정기총회를 통해 상인들에게 제로페이 교육을 하고 있지만 부족한 게 맞다"며 "온누리상품권도 도입 초기 당시 불편하다는 반응이었는데 이제는 완전히 자리잡은 만큼 제로페이도 인식개선과 홍보를 강화하면 정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제로페이가 없어도 다른 결제수단이 충분히 많은데 사람들이 안 쓰는게 당연하다"며 "정부가 나서서 제로페이를 권할 게 아니라 QR코드 통일, 인프라 구축, NFC코드 표준화 등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강현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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