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검사도, 좋은 변호사도… 핵심은 '증거확보'에 있죠"
2019.09.08 17:41
수정 : 2019.09.08 17:41기사원문
법무법인 동인의 고민석 변호사(50·사법연수원 25기)는 16년 동안 검사로 활동하면서 횡령·사기·배임·유사수신·외국환거래·관세법 위반 등 경제 범죄 사건을 주로 수사했다.
고 변호사는 "경제 범죄는 수사기관이 고생하는 사건"이라며 "손에 잡히고, 눈에 보이는 강력범죄에 비해 사건의 실체를 쉽게 파악할 수 없어 수사하기 상당히 어려워 무혐의로 결론 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부장검사 시절 일선 경찰서에서 불기소 의견(혐의 없음)으로 송치된 경제 범죄 사건들에 대해서는 좀 더 깐깐하게 살폈다고 한다. 결재권자가 무혐의로 판단하는 순간 피해자들이 구제받을 길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무혐의, 추가 증거로 결론 뒤집어"
고 변호사는 "경찰로부터 사건기록이 올 때 단순히 혐의 여부를 따져 기소·불기소로 처리하는 것은 판단자로서의 검사일 뿐"이라며 "수사기관으로서의 검사는 무혐의 사건에 대해서도 혐의가 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적극적으로 증거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중앙지검에 근무했을 당시 서울 장안동 지역의 재개발을 둘러싼 고소장이 다수 접수됐다. 입주민인 피해자들이 개별적으로 고소를 하다 보니 사건이 산재해 대부분 무혐의 의견으로 송치된 상태였다. 그는 "'증거가 없지, 혐의가 없겠나'는 생각에 흩어진 사건들을 다 모았다. 재배당을 받은 뒤 몇 개월을 수사에 매달렸다. 결국 100억원대 횡령·사기 사건의 실체가 밝혀졌다"고 했다.
고 변호사는 "검사 시절 후배들에게 늘 '사건은 신중하게 처리하라'고 강조했다. 한 달에 수백 건의 사건을 수사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무신경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변호사가 돼보니 사건 하나하나가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 피의자나 피해자에게는 너무 큰 이벤트더라"며 "검사 시절과 달리 당사자와 직접적 교류를 하다 보니 의뢰인과 감정이 공유되는 점이 더 커서 의뢰인이 기쁘면 함께 기쁘고 힘이 났다"고 덧붙였다.
부단히 증거를 찾았던 검사 시절 습관은 변호사가 돼서도 이어졌다. 변호사로서 단순히 변론 방향만 잡는 게 아니라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필요한 증거를 적극적으로 찾아 나섰다.
그는 "약 50억원의 사기 혐의로 고소당한 의뢰인의 변호를 맡았다. 경찰 단계에서도 기소의견으로 송치돼 쉽지 않은 사건이었다"며 "유리한 진술을 해줄 만한 참고인들을 일일이 찾고, 새로운 증거를 찾아내 무혐의 처분을 받아냈다"고 말했다.
■"범죄피해자 배상제도 확립돼야"
고 변호사는 형사·사법절차에서 범죄자에 대한 단죄뿐만 아니라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을 통해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제도가 확립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범죄자 처벌은 절반의 정의구현에 불과하고, 피해자가 보상을 받아 범죄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게 돼야 온전한 정의가 실현되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범죄피해 회복을 위해 배상명령제도, 형사조정 등 민·형사 여러 제도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야 할 필요성이 있고, 이를 위해서는 제도의 적극적인 활용 및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