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국회 계류중인 '아청법 일부개정안' 처리 촉구 성명
2019.09.09 12:11
수정 : 2019.09.09 12:1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국가인권위원회는 9일 국회에 계류중인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의 처리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법률안은 '대상 아동·청소년'을 '피해 아동·청소년'으로 개정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인권위는 이날 성명을 통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성매매 아동·청소년을 '대상 아동·청소년'으로 규정해 실질적인 '처벌'로 인식되는 보호처분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성범죄 피해 아동·청소년이 자신의 성매매 피해사실을 외부에 알려 도움을 요청하기 어렵다"며 "또 성구매자나 알선자들이 이런 점을 악용해 지속적으로 성매매를 강요하는 등 피해를 가중시키고 있다"며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중인 해당 법률의 개정을 촉구했다.
인권위가 지난 2016년 발표한 '아동·청소년 성매매 관련 실태조사(성매매에 이용된 아동·청소년(19세 미만) 52명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처음 성매매를 경험한 나이는 평균 15.7세로, 만 13~14세가 전체의 10.6%를 차지했다. 또 성매매 방식은 '스마트폰 채팅 앱'이 59.2%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응답자 가운데 약 61%는 가출 후 주거·일자리·경제문제 등 절박한 상황에서 성매매로 이어졌다고 답했다.
인권위는 "아동·청소년의 성매매가 표면적으로는 자발성을 지닌 것처럼 보인다고 할지라도, 가출 후 생계를 위해 성매매에 연루되거나, 성매매를 부추기는 구매자나 알선자에 의해 성매매에 연결되는 등 실질적으로는 비자발적인 성매매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도 성인은 신체적 능력·경제적 여건 등 모든 면에서 아동·청소년에 비해 우위에 있기 때문에 불법적이거나 심리적으로 유해한 성적 행위를 하라고 아동을 설득하거나 강요하는 것을 '성적학대와 착취'라고 정의하고 있다. 실제 미국, 캐나다 등은 성인에 의해 성매매의 대상이 된 아동·청소년을 '피해 아동·청소년'으로 보호하고 있다.
이에 인권위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해 지난 2017년 7월 성매매 범죄의 상대방이 된 아동·청소년을 '대상 아동·청소년'에서 '피해 아동·청소년'으로 개정해 이들이 성매매 범죄의 피해자임을 분명히 하고 이들에 대한 보호와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그러나 당시 법무부는 해당 법률의 개정 취지에는 동의하나, 자발적·상습적 성매매 아동·청소년에 대한 적절한 대책의 마련이 필요하며, 모든 성매매 아동·청소년을 피해자로 보기는 어렵다는 논리로 해당 법률의 개정을 반대했다.
인권위는"가치관과 판단능력이 성숙돼가는 과정에 있는 모든 아동·청소년의 성매매는 성인과는 다른 맥락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사회적·경제적 약자인 아동·청소년에 대해서는 자발성이나 동의여부 등에 상관없이 이 법상 모든 성매매 아동·청소년을 연령 제한 없이 피해자로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