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넘어 유통으로 번지는 포노사피엔스 혁명
2019.09.11 15:46
수정 : 2019.09.11 15:46기사원문
2018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온라인 구매, 특히 모바일 쇼핑액 증가는 올 들어 상승세가 더욱 뚜렷하다. 2019년 상반기 소비행태에 대한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사상 처음으로 온라인 구매가 오프라인 구매금액을 앞서기 시작했다(1일 신용카드 결제금액 기준). 이 변화에 크게 기여한 것이 바로 인플루언서 마켓의 성장이다.
중국의 대표적 왕훙 장다이는 2018년 5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더니 올해는 당당하게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개인방송으로 물건을 판매하는 회사가 TV홈쇼핑도 넘보기 어려운 까다로운 미국 벤처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것이다. 그만큼 왕훙마켓의 성장은 폭발적이고 투자자본의 전망도 우호적이다. 이 거대한 시장에서 성공한 우리 기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올해 포브스지가 선정한 우리나라 100대 부자 30위에 이름을 올린 JM솔루션 김정웅 대표는 왕훙 마켓에서 꿀광마스크팩 하나로 5300억원 매출과 2000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기업가치를 1조5000억원으로 끌어올려 스타 기업인으로 떠올랐다.
주목할 것은 이렇게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인플루언서 마켓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선이다. 그 시선의 핵심은 보람튜브를 바라보는 관점과 매우 흡사하다. 6살 꼬마 유튜버가 거액의 광고비를 버는 것에 위기감을 느낀 우리 기성세대는 불편한 감정을 거침없이 쏟아낸 바 있다. 인플루언서 마켓에 대해서도 반응이 유사한데 대표 사례가 바로 임블리 사태다. 85만명의 팔로어를 보유한 임블리 쇼핑몰에서 곰팡이가 핀 호박즙을 잘못 판매했다가 고객과 언론으로부터 크게 질타를 받아 매출이 폭락했다는 게 임블리 사태의 요지다. 그래서 대부분 사람들이 임블리라고 하면 곰팡이 호박즙을 떠올린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임블리 쇼핑몰의 2018년 매출 규모가 1700억원에 달했다는 걸 거의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무슨 이유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익숙하지 못한 신문명에 거부감을 느끼고 부정적 측면만 바라보려고 한다. 편당 2900만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보람튜브나 연매출 17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임블리나 모두 대단하다고 인정하자니 신문명에서 소외된 내 스스로가 너무 초라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의식중에 부작용을 더 크게 과장하고 혁신성은 외면한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자기 방어기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바로 혁신을 막아서는 우리 사회 대원군의 실체다. 혁명에는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엄청난 혁신의 힘 또한 숨어 있다. 보람이와 임블리가 보여주는 데이터는 새로운 혁명의 시대는 곧 새로운 기회의 시대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당신은 지금 어느 편에 서 있는가. 불평이냐, 혁신이냐 당신이 답을 줄 차례다.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