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한국영화 3파전..힘을 내요, 미스터 리·나쁜 녀석들·타짜
2019.09.12 02:59
수정 : 2019.09.12 02:59기사원문
■웃음·감동 노린 '미스터 리'
차승원은 최근 예능 '삼시세끼' '스페인 하숙'의 인기로 '요섹남'으로 더 유명하지만, 2000년대 코미디로 충무로를 주름잡았다. 2001년 '신라의 달밤'부터 '라이터를 켜라'(2002) '선생 김봉두'(2003) '귀신이 산다'(2004)로 코미디영화의 부흥기를 이끌었다. '미스터 리'는 차승원이 '이장과 군수'(2007) 이후 약 12년 만에 선보이는 코미디다. 여기에 유해진 주연작 '럭키'로 690만 명을 모은 이계벽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추석=코미디 흥행 공식'을 잇겠다는 포부다.
'미스터 리'는 아이 같은 아빠 철수(차승원)와 어른 같은 딸 샛별(엄채영)의 이야기를 그렸다. 완벽한 비주얼과 달리 지적능력이 떨어지는 요리사 철수(차승원)는 어느 날 갑자기 장모의 등장에 딸의 존재를 알게 되고, 백혈병 투병중인 딸과 함께 우연히 대구행 버스에 오르면서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게 된다. '미스터 리'는 초반부 차승원의 코믹 연기를 중심으로 웃음을, 후반부 부녀의 숨겨진 반전 이야기로 눈물샘을 자극한다. 하지만 감독의 전작 '럭키'에 비하면 웃음 타율이 낮다. 차승원은 "철수의 장애가 희화화되지 않도록 신경 썼다"며 코미디 수위를 조절했다고 밝혔다. 가족애를 다룬다는 점에서 명절에 보기 적절하나 영화가 구사하는 흥행 전략이 너무 '안전'해 식상한 게 단점이다. 온 가족이 함께 보기에 적당한 12세 관람가다.
■마동석표 범죄액션 '나쁜 녀석들'
마동석표 액션무비는 자꾸 봐도 재미있다. 원년 멤버 '오구탁 반장' 김상중도 인정하듯 '나쁜 녀석들'에서 '전설의 주먹' 마동석은 늘 그렇듯, '열일'한다.
영화 버전 '나쁜 녀석들'은 '나쁜 녀석들이 모여 나쁜 놈을 잡는다'는 원작의 설정과 세계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새 멤버를 꾸렸다. 매력적 외모의 사기꾼 김아중과 마동석 앞에서도 결코 기죽지 않은 독종 신입 형사 강기용이 그 주인공이다. 스크린으로 무대를 옮긴 만큼 액션의 사이즈를 키웠고, 진중한 분위기의 원작과 달리 유머도 장착했다. 호송 차량 탈주 사건이 발생해 범죄자들이 사라지면서 형사와 범죄자가 함께 흉악범을 잡는 '특수범죄수사과'가 다시 가동된다. 캐릭터 무비라 원작을 몰라도 상관없다. 원작과 분위기가 사뭇 달라 원작팬들은 오히려 못마땅해 할 수도 있겠다.
영화 자체는 매끈하게 만들어져 잘 굴러간다. 군데군데 웃음지뢰도 제대로 터져준다. 캐릭터 위주로 이야기가 돌아가면서 범인을 잡는 과정은 다소 긴장감이 떨어지고, 범죄 수위도 다소 높다. 최대 장점은 역시 캐릭터다. 김상중도 '오구탁'에 대해 "최애 캐릭터 중 하나"라고 말했다. 또 마동석과 드라마 촬영하면서 영화화를 기대했기에 5년 만에 현실화됐을 때 아주 흥분됐단다. "오구탁이 때로 불법을 저지르지만, 기존 제도권 안에서 해결 못하는 사건이 너무 많다. 미제 사건을 해결하면서 나 역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그는 특유의 아재 개그로 "추석에는 송편 말고 속편"이라며 이번 영화가 흥행해 속편이 제작되길 기대했다. 15세 관람가.
■케이퍼무비로 변모한 '타짜3'
"시대에 맞게 새판을 짰다. 권오광 감독이 원작의 시대적 배경·정서가 지금과 다르다고 판단, '타짜'의 문법만 가져왔고 우리 세대 나름의 '타짜'를 만들었다."(주역 박정민)
충무로의 인기 시리즈 '타자'가 돌아왔다. 2006년 최동훈 감독의 '타짜'(685만명)와 2014년 강형철 감독의 '타짜:신의 손'(401만명)에 이은 세 번째 시리즈다. 시대 변화에 맞춰 주인공 도일출(박정민)의 본업(?)은 공시생이다. "공부는 머리가 아니라 돈으로 한다"며 현실을 비꼬는 대사도 던진다. 노름판의 종목은 화투가 아닌 포커다. 포커는 팀플레이를 하는 경우가 많아 '타짜3'에서는 마치 케이퍼무비처럼 설계자 애꾸(류승범)를 중심으로 솜씨 좋은 팀이 꾸려진다. 이들이 인생 역전을 위해 목숨을 건 승부를 펼친다는 내용이다. 형보다 나은 아우의 출현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타짜3'의 장점이자 단점은 연기, 연출, 대본이 두루 무난하다는 점이다. 소속사 없이 해외에서 자유롭게 살고 있는 류승범이 본인의 개성이 듬뿍 묻어나는 '애꾸' 캐릭터로 출연한 점은 반갑다. 박정민을 비롯해 이광수, 임지연, 윤제문 등 배우들의 연기는 안정적이지만 등장인물이 너무 많고 전형적이며, 그들의 서사를 두루 아우르다 보니 스토리가 늘어지는 감도 있다. 권오광 감독은 부조리한 세상을 풍자한 데뷔작 '돌연변이'로 데뷔했다. '돌연변이'에서 물고기 탈을 쓰고 나왔던 이광수가 이번 영화에서는 전라 노출을 감행한다. 1편의 최동훈 감독도 깜짝 출연한다.
김형호 영화산업분석가는 "명절 흥행은 여성과 40대 관객이 좌우하는데, 박정민과 차승원은 여성, 마동석과 차승원은 40대 관객에게 인기가 많다. 즉, 딸은 박정민, 엄마는 차승원, 아들과 아빠는 마동석 영화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