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 나경원이가 해야지"…나경원 삭발 '카드'로 쓸까
2019.09.18 06:00
수정 : 2019.09.18 09:24기사원문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에이, 저건 나경원이가 해야지"
17일 서울 여의도 모처의 한 식당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삭발식 뉴스를 보던 한 시민의 말이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지난 10일 무소속 이언주 의원의 삭발이 릴레이로 이어질지에 대해 반신반의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대해 야권의 반발이 컸지만, 무소속의 이 의원 삭발을 한국당 등 야권이 이어갈지는 미지수였다. 그러면서도 남성 정치인의 투쟁 수단이었던 삭발을 여성 의원이 감행했다는 충격에 파장이 커질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이 의원의 삭발은 11일 박인숙 한국당 의원이 이어받았다. 만 70세 여성 의원의 삭발로 릴레이의 공은 한국당 몫이 됐다.
조국 사퇴 촉구 삭발 릴레이는 황 대표의 삭발 감행으로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황 대표는 지난 16일 청와대 앞에서 "오늘 제1야당 대표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문재인 대통령과 이 정권에 항거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삭발식을 진행했다.
제1야당 대표의 최초 삭발에 한국당 인사들은 삭발릴레이에 적극 동참하기 시작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17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문재인 퇴진, 조국 감옥'을 주장하며 삭발을 감행했다. 조선일보 편집국장 출신의 강효상 의원도 같은 날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중인 대구에서 삭발에 동참했다.
당내에서는 이같은 삭발 릴레이에 나 원내대표의 동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황 대표의 삭발을 "잠시의 일탈"이라고 평가절하하면서도 "그럼 나경원은?"이라고 반문했다.
류여해 전 한국당 최고위원도 1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한국당이) 조국을 공격하고 있을 때 계속해서 검색어에 '나경원 딸' '나경원 사학'이 오르는 등 흠이 많았다"며 "그럴 경우 차라리 용감하게 사퇴하거나, '내가 있어 조국을 못 막았다. 죄송하다'라며 본인이 삭발하는 결기를 보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나 원내대표 본인은 삭발 요구에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여성 의원이자 제1야당 원내대표의 삭발은 황 대표의 삭발만큼이나 파급력이 크긴 하지만, 자신에 대한 삭발 요구가 이를 희화화하기 위한 측의 요구라는 측면도 있는 만큼 쉽사리 나서기 어렵다는 것이다.
나 원내대표 측은 삭발이 강력한 '카드'로 활용될 수 있는 만큼 일단은 아껴두겠다는 입장이다.
나 원내대표는 17일 기자들과 가진 티타임에서 '삭발 압박'에 대해 "많은 분들이 물어보고, 반대도 하신다"며 "이번 삭발 투쟁은 당 대표님의 삭발 투쟁이라는 점에서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가) 투쟁하는데 주저하는 의미가 아니라 투쟁이 갖고 있는 의미를 극대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그런 점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