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 'IUU' 지정… 남극 불법조업 '솜방망이 처벌' 화근
2019.09.20 17:48
수정 : 2019.09.20 17:48기사원문
■남극 불법조업 발단
해양수산부는 이날 미국 상무부 산하 해양대기청(NOAA)이 '2019년 국제어업관리 개선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를 예비 IUU 어업국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IUU 국가는 미국과 유럽연합(EU)만 자국법령에 근거해 지정한다. 수입금지조치 등 제재도 가한다.
이번 예비 IUU 어업국 지정 배경은 우리나라 원양어선인 서던오션호와 홍진701호가 지난 2017년 12월 남극 수역에서 어장폐쇄 통보 이후에도 조업을 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후 우리 사법당국의 두 선박에 대한 처벌 수위가 약했던 점도 이유다.
남극 수역 어업은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가 이빨고기(메로)·크릴·빙어에 관한 총허용 어획량을 배분하는데 그해 어획량이 다 채워지면 어장 폐쇄를 통보한다.
그러나 홍진701호는 어장폐쇄 통보 e메일이 스팸메일로 분류되는 바람에 조업을 이틀 더 했고, 서던오션호는 선장이 e메일을 하루 늦게 확인하고도 3일간 조업을 더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양수산부도 당시 불법 조업 사실을 확인한 뒤 어구회수와 어장철수 명령 조치를 하고 이를 위원회 사무국과 회원국에 알렸다. 2018년 1월 8일에는 원양산업발전법 위반 혐의로 두 선박에 대한 수사를 해양경찰청에 의뢰했다.
하지만 홍진701호는 해경 수사에서 무혐의로, 서던오션호는 그해 7월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지만 12월 기소유예 처분에 그쳤다.
경찰수사 결과에 따라 해수부도 지난해 8월 서던오션호에 대한 60일 영업정지와 선장에 대한 60일 해기사 면허정지를 통보했다. 무혐의를 받은 홍진701호에는 행정처분을 하지 않았다. 국내 사법당국의 '솜방망이 처벌'은 예비 IUU 어업국 지정이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예비 IUU 어업국 지정으로 생기는 시장제재 조치는 없다. 그러나 불법 어업국으로 지정되면 우리 어선의 미국 항만 입항이 거부되거나 미국으로의 수산물 수출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
오운열 해양수산부 해양정책실장은 "미국은 우리의 개선조치에 관해 우리나라와 2년 동안 협의를 하며 협의기간 내 개선조치가 미흡하거나 완료되지 않아 부적격 판정을 받으면 그때부터 미국의 재량에 따라 제재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불법 이익 환수할 과징금제도 도입
지난해 서던오션호의 기소유예 처분 전에 열린 남극해양생물자원보전위원회 연례회의에서는 '한국의 법이 벌칙조항을 두고 있지만, 경제적 이익을 발탁하는 행정적·민사적인 메커니즘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동일한 위반행위를 했음에도 형사처벌 결과가 달라지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미국 정부도 징역·벌금·몰수 처분 규정이 실제 집행으로 이어지지 못해 불법 어획물이 유통돼 판매이익이 선주에게 돌아갔다고 판단했다. 우리 정부에 불법 어업으로 인한 이득을 즉시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과징금 도입'을 강하게 요구한 이유다.
해수부는 이 같은 인식을 같이하고 '과징금 도입'을 담은 원양산업발전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개정안은 불법 어업으로 생긴 경제적 이익을 행정기관에서 미리 환수할 수 있도록 과징금 제도를 도입하고 매우 중대한 위반사항은 형사벌과 과징금을 동시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오운열 실장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선사가 불법 어업으로 발생한 부당이득을 취하더라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 비상식적인 경우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반적으로 예비 IUU 어업국 지정 후 2년이 경과한 시점에 지정해제 여부를 판단한다. 오 실장은 "원양산업발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차기 보고서가 제출되는 오는 2021년 이전에라도 예비 IUU 어업국 지정을 해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