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로 사용되지 않는 '거짓말탐지기' 반전 정확도
2019.09.28 08:00
수정 : 2019.09.28 10:14기사원문
(청주=뉴스1) 김용빈 기자,박태성 기자 = 경찰이 '고유정 의붓아들 사망사건'에 대한 6개월에 걸친 수사 끝에 고유정의 범행으로 사실상 결론 내렸다.
경찰은 수사 초중반 고유정의 현 남편 A씨(37)의 과실 가능성에 무게를 뒀지만, 뒤늦게 A씨에게서 수면유도제 성분을 확인해 고유정의 범행으로 판단했다.
그렇다면 앞서 경찰이 A씨의 과실 가능성에 무게를 뒀던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의 사망원인이 '압착에 의한 질식사'로 추정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가 나온 이후 경찰이 벌인 A씨의 거짓말탐지기 조사에서 나온 '거짓' 반응이 크게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거짓말탐지기 조사는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으며 피조사자의 맥박 등 생체 신호 변화를 관찰해 답변의 사실 여부를 가려내는 기법이다.
경찰 등 수사기관에서는 명확한 직접 증거가 없거나 피해·피의자가 진술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경우 등에 당사자의 동의를 얻어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진행한다. 조사에서 거짓 반응이 나올 경우 당사자 진술 전체의 신빙성이 흔들릴 수 있다.
다만 법원에서는 유죄의 증거로 사용되지 않는다. 조사결과가 100% 정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거짓말탐지기 조사의 정확도는 90% 이상으로 알려졌다. 거꾸로 말하면 10%이내의 오차범위가 존재한다. 10명 중 적어도 1명은 잘못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고유정 의붓아들 사건에서 공교롭게도 A씨의 거짓말탐지기 조사에서 거짓 반응이 나왔다.
조사 당시 A씨에 대한 질의와 답변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조사 결과에 오차가 생겼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당시 A씨가 수면 중 스스로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고씨 등이 조사 전 언급한 A씨의 '잠버릇'이 심리적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고씨는 A씨에게 지난 11월과 올해 2월 문자메시지를 보내 '몸으로 누르는 것 같다'는 등 그의 잠버릇을 언급했었다. 메시지를 확인한 경찰은 이를 바탕으로 A씨의 과실치사 여부에 대해 수사를 벌여왔다.
김영식 서원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A씨 본인도 수면 중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며 "고유정이 그의 잠버릇을 언급하고 경찰이 과실치사에 대해 수사하는 상황이었다면 ‘혹시나 내가 그러지 않았을까’하는 일말의 가능성과 불안감이 공존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요인이 거짓말탐지기 조사에서 반영됐을 가능성도 있지만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교수도 이 가능성에 대해 공감했다.
염건웅 유원대학교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고씨에게서 잠버릇이 좋지 않다고 설득당하고 세뇌된 상태에서 경찰도 이와 관련된 심문을 했을 것"이라며 "이런 심리상태라면 거짓말 탐지기 반응이 거짓으로 나왔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일부는 이번 사례에서 A씨를 상대로 한 거짓말 탐지기는 의미가 없는 조사였다는 의견도 있다. A씨가 잠결에 아이를 압박했더라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 벌어진 무의식 중 행동이기 때문에 사실상 거짓말 탐지기로는 확인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경찰은 "취침 전후 행동을 가늠해볼 수 있는 정황자료는 될 수 있다"며 "하지만 무의식 중 자신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의 거짓말 탐지기는 큰 의미 없어 보인다"고 했다.
앞서 '고유정 의붓아들 사망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고유정이 아이도 살해한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
A씨에게 수면유도제 성분이 검출된 점과 고씨가 의붓아들 사망 일주일 전 '질식사'를 검색한 점 등을 정황 증거로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