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창문 열면 '공동묘지'…입주 예정자들 분통

      2019.09.29 09:40   수정 : 2019.09.29 13:25기사원문
전남 해남의 한 신축아파트 입주 예정일이 임박한 가운데, 분양 당시 약속과 달리 아파트 인접 공동묘지의 이전이 완료되지 않아 입주예정자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이 아파트 베란다에서 바라본 공동묘지 모습.2019.9.29/뉴스1 © News1 박진규 기자


해남의 신축 아파트 사전점검에서 발견된 균열과 누수 등의 하자들에 대해 입주예정자 단체 카톡방에서 나눈 내용./뉴스1

(해남=뉴스1) 박진규 기자 = 입주가 임박한 전남 해남의 한 신축아파트 인접 공동묘지가 약속과 달리 이전되지 않아 입주 예정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입주일을 맞추기 위해 공사를 서두른 탓에 곳곳에서 하자까지 발생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29일 해남군과 주민들에 따르면 위탁사인 더 베스트와 시행사인 한국토지신탁은 지난 2016년 12월 해남읍 해리 지역에 380세대 규모의 아파트 신축에 착수했다.

해남에서는 가장 높은 분양가를 자랑하는 이 아파트는 84㎡ 267세대와 116㎡ 113세대 등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분양 당시 약속과 달리 아파트 인접 공동묘지가 이전되지 않아 입주예정자들의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청약 당시 분양 대행사는 입주 시까지 주변 200기의 묘를 모두 이전하겠다고 약속했으나, 현재까지 100여 기의 묘가 그대로 남아 있다.

분양 홍보물에도 공동묘지 부지는 철쭉 군락지와 산책로 조성이라고 적시돼 있다.

시행사측은 입주 예정자들의 반발이 계속되자, 협의 과정이 필요한 유연고 묘 30기를 제외하고 나머지 묘를 모두 연말까지 이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입주예정자들은 묘 이전이 약속한 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이전비의 예치금을 요구하고 있다.

아파트 비상대책위 사무국장인 A씨는 "입주 후에는 묘 이전 작업이 더디게 진행될 것 같아 예치금이나 문서로 약속을 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시행사측이 명확한 답을 주고 있지 않다"면서 "묘지 이장비를 놓고도 시행사는 이미 지불했다고 하나, 위탁사는 시공사에 줬다고 하고 시공사는 받지 못했다고 하는 등 떠넘기기에 급급하다"고 비난했다.

또한 입주예정자들은 사업을 진행하면서 아파트 건설부지 내 있던 분묘들을 훼손하거나 임의로 이전해 분묘기지권을 가진 사람들의 반발로 공사가 수개월 중단됐다고 주장했다.

이후 합의를 봤으나 현재도 묘지 훼손을 놓고 7명과 소송이 진행중이며, 공사 중단에 따른 공백을 메우려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해 여러 곳에서 하자가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지난 11일 사용승인 신청 후 해남군이 실시한 사전 점검에서는 많은 곳에서 문제점이 노출됐다.

벽면과 천정 등에서 균열이 발견됐고, 지하층에서 누수도 발생했다. 또 각 세대의 창 감금장치 불량과 창문 상하단 유격의 차이가 확인됐고, 외벽 두께가 규격에 맞지 않으며 철근 휘어짐 현상도 지적됐다.


아파트 입구 도로의 인도가 미 설치돼 추가 공사에 들어갔으며, 진입로가 좁아 소방차가 단지내 들어가는데 애를 먹었다.

시공사측은 "사전 점검중에 발견된 하자에 대해서는 입주일 전까지 공사를 완료할 예정"이라며 "입주 후에도 3~6개월 정도는 계속 상주하면서 하자 민원을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해남군 관계자는 "사용승인 신청이 있었으나 여러 하자가 발견돼 시정명령을 내린 상태"라며 "현재 하자에 대한 입주예정자들의 불만이 계속 제기돼 시공사측이 제시한 입주 예정일인 9월30일까지는 사용승인을 내주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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