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선박 화재, 치명적인 독성물질 1만t 유출될 뻔

      2019.09.29 15:16   수정 : 2019.09.29 15:2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울산 염포부두에서 발생한 석유화학제품 운반선 폭발 화재로 자칫 치명적인 독성을 지닌 14종의 유해물질 2만7000t이 유출될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첫 폭발이 발생한 탱크 옆에는 치명적인 독성을 가진 EDC 1만t가량이 실려 있어 소방방국이 유출방지를 위해 안간힘을 쏟은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울산시에 따르면 지난 28일 오전 10시 51분쯤 울산시 동구 방어동 염포부두에 정박해 있다가 폭발로 화재가 발생한 케이맨제도 선적 석유제품운반선 ‘스톨트 그로이란드’호에는 총 14종 2만7117t이 실려 있었다.

첫 폭발은 9번 탱크 부근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탱크 안에는 인화점이 31℃에다 무색의 방향성 액체인 스티렌모노머(SM) 실려 있었다.
SM은 열이나 화재에 의해 폭발적으로 중합반응이 발생하는 유해물질이다. 흡입 또는 피부 흡입시 피부와 눈에 자극 또는 화상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대량유출 시 최소 반경 300m의 초기 대피가 필요하다.

바로 옆 10번 탱크에는 흡입 또는 피부 흡수 시 독성영향을 나타낼 수 있는 메틸 메타 크릴레이트(MMA)가 889t 실려 있었다. 인화점이 10℃에 불과해 화재 위험성이 매우 큰 물질이다. 소방당국은 화재 진압 후에도 탱크 파손 여부를 정밀조사 중이다.

더 큰 문제는 불이 번진 선실구역과 9,10번 탱크사이에 있던 에틸렌디클로라이드(EDC) 탱크였다. 흡입, 섭치 또는 피부 흡수 시 치명적인 유해물질이다. 증기는 공기와 섞여 폭발성 혼합물을 형성할 수 있어 화재 시 반경 800m에 이르는 초기이격거리가 설정돼 있다.

폭발 후 선실에까지 화재가 번지자 소방당국은 EDC 1만275t이 실려 있던 탱크로 불이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선실과 탱크 사이 격실 공간에 냉각수 400t을 주입하는 등 주변 온도를 낮추는 데 안간힘을 썼다.

냉각수 주입 후에도 주변 온도가 800℃까지 측정됐다. 한 때 과열로 탱크상판에 변형이 생기자 소방대원들이 안전을 위해 모두 대피하기도 했다.

소방당국은 29일 13종의 화학물질이 실려있던 전체 객실별 온도가 100℃ 미만에 이르자 냉각 효과를 확인하고 오전 5시 25분 완전 진압을 발표했다.



하지만 사고 현장의 유해가스를 측정한 결과 스티렌모노머(SM)가 118ppm으로, 국내 허용기준의 6배 이상 검출되고 세계기준(20~100ppm)보다도 높게 나타나자 현장에서 활동 중인 대원들의 상태를 수시로 살펴보고 있다.

이번 폭발은 스톨트 그로이란드’호에 실려 있던 유해물질 13종을 싱가포르 국적인 ‘바우 달리안’호(6583t)에 환적하기 위해 준비하던 중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물질들의 높은 인화성으로 인해 폭발만 3차례 발생했다.

한편 28일 오전 10시 51분쯤 울산시 동구 방어동 염포부두에 정박해 있던 케이맨제도 선적 석유제품운반선 ‘스톨트 그로이란드’호(2만5881t)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

거대한 불길은 옆에 정박 중인 싱가포르 국적인 ‘바우 달리안’호(6583t)로도 옮겨 붙으면서 이들 선박에서 일하던 하역사 노동자와 승선원 등 모두 1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화재 당시 스톨트 그로이란드호에는 있던 러시아와 필리핀 국적 외국인 선원 등 총 25명과 바우 달리안호 선원 21명 등 46명은 모두 해양경찰과 소방당국에 구조됐다.
불은 18시간 30분 만에 29일 오전 5시 25분쯤 완전 진압됐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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