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섬

      2019.09.29 17:13   수정 : 2019.09.29 17:13기사원문
국내 최초의 발전용 댐인 청평댐이 세워지기 전까지 그곳엔 섬이 없었다. 경기 가평 자라섬 얘기다. 장마철 강물 수위가 높아지면 물속으로 가라앉았다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곤 하던 이 섬에 '자라섬'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건 지난 1986년이다.

섬 맞은편으로 자라 형상의 작은 봉우리와 자라목마을이 바라다보인다는 점이 작명에 영향을 미쳤다.

자라섬은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남이섬에서 불과 800m 떨어져 있다.
배를 타야 하는 남이섬과 달리 육로가 자라목처럼 연결돼 있어 걸어서 가거나 자동차로 들어갈 수 있다. 중도·서도·남도 등 3개의 섬과 2개 부속섬으로 이뤄진 이곳엔 4㎞에 달하는 수변 산책로가 조성돼 있어 주말 나들이객이 제법 많다. 또 국내 최고 시설의 캠핑장과 캐러밴 사이트 등이 있어 캠핑족의 성지로도 유명하다. 주말 밤 이곳에 가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캠핑족들로 섬 전체가 술렁인다.

캠핑장으로 명성을 날리던 자라섬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건 2004년 이곳에서 재즈축제가 열리면서부터다. '재즈 대중화'를 표방하며 시작된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에는 지난 15년간 전 세계 뮤지션 500여명과 재즈밴드 500여개 팀이 참가했다. 누적 관객 수만도 200만여명에 이른다. 이 축제를 처음 기획한 이는 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씨(50)의 남편인 인재진 총감독(54)이다. 그는 1966년 황무지에서 시작해 핀란드 대표 음악축제로 성장한 '포리 재즈 페스티벌'을 벤치마킹해 비만 오면 물에 잠기던 섬을 재즈 성지로 탈바꿈시켰다.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은 해마다 다른 국가를 선정해 집중 소개하는 '국가별 포커스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올해는 한국과 수교 60주년을 맞은 덴마크가 주인공이다.
이를 위해 칼라하, 모튼 샨츠 갓스피드 같은 덴마크 뮤지션들이 한국을 찾는다. 또 '제2의 스티비 원더'로 불리는 매슈 휘터커를 비롯해 세계적인 트럼펫 연주자 테런스 블랜차드, 유럽을 대표하는 슈퍼밴드 '포 휠 드라이브' 등도 한국 관객과 만난다.
올 축제는 오는 4일부터 딱 3일간 열린다.

jsm64@fnnews.com 정순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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