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인생 절반, 심청·춘향과 함께 했죠"

      2019.09.30 18:46   수정 : 2019.09.30 18:46기사원문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은 말한다. "'춘향'과 '심청'은 유니버설발레단의 역사이자 자랑입니다." 창단 35주년을 맞은 유니버설발레단(UBC)이 창작 발레 시리즈 '심청'과 '춘향'을 10월 4~13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올린다.

UBC의 현재와 미래를 대표하는 강미선(36), 홍향기(30), 김유진(19) 세명의 주역이 각자의 개성을 뽐낸다.

■강미선 "내 작품 같은 '춘향', 늘 애틋한 '심청'"

2007년 초연한 '춘향'은 두 남녀의 설렘과 긴장(초야), 애틋한 슬픔(이별), 격정적 환희(해우)로 이어지는 2인무와 '장원급제'와 '어사출두', 화려한 테크닉의 '기생무' 등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2002년 UBC에 입단해 수석무용수가 되기까지 10년 동안 연수 단원부터 시니어 솔리스트까지 발레단의 모든 등급을 거친 강미선에게 '춘향'은 '함께 성장한 작품'이다. "기생중 한명으로 참여해 군무를 췄고 향단을 거쳐 춘향역을 맡기까지 늘 이 작품과 함께 했죠." 이번 무대에서는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의 수석무용수 블라디미르 쉬클리야로프와 호흡한다. 쉬클리야로프는 동료 무용수이자 남편인 콘스탄틴 노보셀로프의 바가노바 발레학교 동기다.
앞서 '몽룡'을 연기한 남편이 친구 쉬클리야로프의 '춘향' 초연을 돕고 있다.

"남편과 '춘향'에 캐스팅됐을 때 동명의 영화를 함께 보며 연구했죠. 남편은 외국인이라 장원급제라든지 마패 등 한국 문화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느꼈어요. 쉬클리야로프도 같은 입장이라 남편이 도와주고 있어요." 리허설 분위기는 벌써부터 뜨겁다. '러시아 발레 황태자'의 특별 출연에 단원들의 관심이 쏠려서다. 강미선도 드라마 발레가 장기인 쉬클리야로프의 풍부한 연기력에 감탄중이다.

"쉬클리야로프가 리허설할 때도 감정을 담아 춤을 춰 저도 절로 감정이 우러나와요. 몽룡에 대한 해석이 미묘하게 다른 점도 재밌어요. 몽룡이 춘향을 그리워할 때 한국 무용수들이 절제미를 발휘한다면 쉬클리야로프는 좀 더 감정을 폭발시키더군요. 기존 '춘향'과 비교해 설렘의 감정은 좀 더 깊게 나올 거 같아요."

쉬클리야로프가 잠시 러시아에 간 사이 홀로 '심청' 연습에 매진 중이라는 강미선은 연달에 두 편을 올리는 게 녹록치 않으나 '심청'을 하게 돼 좋단다. "전 '심청'이 제일 좋아요. 선화예중 다닐 때부터 본 공연이고, 발레단에 입단한 것도 '심청' 때문이죠."

■홍향기 "아버지가 '심청' 보고 발레에 빠졌죠."

'심청'은 홍향기에게도 각별하다. 홍향기의 아버지가 '심청'을 보고 발레의 매력에 푹 빠져서다. '춘향'은 홍향기가 가장 아끼는 작품이다. "'춘향'의 주역을 처음 맡고 정말 힘든 리허설 기간을 보냈죠. 정말 많이 울었고, 흘린 눈물만큼 저도 성숙했죠."

홍향기는 이번 '춘향' 무대에서 '서로를 가장 잘 아는 파트너' 이동탁과 호흡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인 두 사람은 2011년 UBC에 나란히 입단했다. "저는 동탁 오빠와 공연할 때 가장 마음이 편해요. 저를 다 보여줄 수 있게 만드는 파트너이고 저 또한 동탁 오빠가 모든 걸 편하게 표현할 수 있게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의 움직임과 연기를 연구합니다. 둘만의 색깔이 완벽히 묻어나는 게 우리 커플의 매력이 아닐까요?"

'심청'은 멋진 발레리노 3명과 호흡을 맞춰 힘들면서도 재미있단다. '심청'은 인당수 선원들의 역동적인 군무, 용왕과 심청의 2인무, 달빛 아래 왕이 심청에게 사랑을 약속하는 '문라이트 파드되'가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심청의 상대역은 수석무용수 콘스탄틴 노보셀로프·이동탁·마 밍과 솔리스트 알렉산드르 세이트칼리예프가 맡는다.

■김유진 "부담감?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2017년 UBC에 최연소 입단한 김유진은 이번 '심청' 무대가 처음이다. 그는 2018년 '라 바야데르' '호두까기 인형'과 2019년 '백조의 호수' 무대를 성공리에 마쳤다. 그는 "부담감은 있지만 엄청나게 큰 부담감은 없다"며 "캐스팅 보드에 제 이름을 볼 때마다 놀라고 아직도 적응이 안 되지만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작품을 준비한다"고 답했다. 자신만의 '심청'은 어떻게 준비할까? "스스로 생각을 많이 해 본다"고 답했다. "음악을 많이 듣습니다. 음악에 다 나오니까. 심청이 어떤 마음인지 계속 듣다보면 뭔가 딱 느낌이 옵니다. 또 미선·향기 언니, 상대역 오빠들도 친절히 알려줘 어렵지만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

이원국발레단에서 수학한 그는 10살에 발레리나가 되기로 결심했고 발레에 집중하려고 검정고시로 중학교·고등학교 졸업장을 땄다. "한국적 소재의 창작발레를 관객에게 보여줄 기회는 드물기에 이번 공연이 특별한 것 같습니다.
" 홍향기도 "'심청'과 '춘향'은 UBC만 갖고 있는 레퍼토리라 발레단 무용수로서 의미가 더 큰 거 같다"며 "우리 고전을 몸으로 아름답게 표현한 작품이기에 관객께도 좀 더 친숙한 공연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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