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한 대도 제대로 못다니는 보행도로라니…
2019.10.01 18:19
수정 : 2019.10.01 18:19기사원문
사전점검 당시 기대에 못 미치는 공정률을 보여 입주예정자와 분쟁을 겪었던 부산의 한 신축아파트가 이번엔 기준에 미달된 보도를 설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관할 구청은 이를 제대로 검사하지 않아 관리 소홀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1일 부산 연제구청은 거제동 '아시아드 코오롱하늘채'아파트(시공사 코오롱글로벌·660가구)에 임시사용승인을 내줬다.
앞서 이 아파트는 지난 8월 30일과 9월 22일 두 차례 사전점검 당시 부실공사로 인한 누수와 각종 하자가 포착돼 입주예정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입주를 단 1주일 남겨두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업체는 입주예정자가 제기한 각종 민원에 대한 보강공사를 최대한 실시하고, 예정된 준공검사 및 사용승인 신청서를 포함한 각종 서류를 연제구청에 제출했다. 이에 구청은 주차장에 대한 규정을 어긴 부분에서 시정명령을 내리고 결국 임시사용승인을 내줬다.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해당 아파트는 차도가 접한 보도에서 관련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보도에 대한 설치 및 관리 기준을 담은 '도로의 구조·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국토교통부령)에 따르면 보도의 유효폭(너비)은 1.5m 이상으로 하고, 길어깨(도로와 경계석 사이)의 경우 50㎝를 최소로 하고 있다. 다만 지형상 불가능하거나 기존 도로의 증개축 시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는 1.2m 이상으로 완화할 수도 있다.
이 아파트는 차도인 거제동 종합운동장로와 약 122m 접해 있다. 하지만 이 경계면에 포장된 보도는 기준에 못 미치는 유효폭 0.7m로 나타났으며, 사실상 차도와 보도를 구분이 없도록 만들어 놨다. 현재 시공된 보도라면 휠체어 한 대도 제대로 지나가지 못할 지경이다. 또 해당 아파트는 경계석(돌연석 또는 연석)에 대한 규정도 어겼다. 규정에 따르면 차도와 보도의 경계를 구분 짓기 위해 경계석을 설치한다. 경계석은 보도와 차도가 만나는 지점으로 운전자의 시선유도나 보도로 침입하는 것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경계석은 차도와 인도 사이 높이 15~20㎝를 줘야 한다. 이 역시 현재 시공된 보도는 차도와 높이가 평평하다.
이에 따라 설계 당시 보도를 좁혀서라도 용적률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업체 측의 꼼수와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행당당국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거기다 이는 현재 민선 7기에서 추진 중인 '사람중심 보행도시 만들기' 사업과도 역행한다. 최근 오거돈 부산시장은 '보행권리장전'을 선포하면서 부산을 걷기 좋은 도시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연제구청 관계자는 "해당 구간은 '보행구간'"이라며 "사유지에 포함된 토지 내 보도라서 강제할 수 없다"고 궁색한 변명을 내놨다. 이 또한 단지 내의 보도에 해당할 뿐 공유지 차도와 접한 보도에는 해당되지 않았다.
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