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가 유행시킨 '감사제' 알고보니 일본식 표현

      2019.10.06 08:00   수정 : 2019.10.06 13:17기사원문
'감사제' 구글 이미지 검색 결과(왼쪽)과 感謝祭 검색 결과(오른쪽) © 뉴스1


포털사이트 2010년 1월1일~12월31일 검색 결과(왼쪽)과 최신순으로 정렬한 뉴스 검색 결과(오른쪽) © 뉴스1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 훈민정음 창제를 기념하는 한글날이 3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이 정성껏 만들고 독립투사들이 숭고히 지켜낸 한글을 소중하게 유지, 발전시키는 것은 우리의 몫입니다.

'감사제'(感謝祭)라는 표현 들어보셨나요. 언젠가부터 패션업계를 시작으로 식품, 유통, 화장품, 생활용품 업계까지 전방위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언뜻 보면 우리말 같지만 사실은 일본식 표현입니다.

'고객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진행하는 할인행사'라는 의미가 유추되기는 합니다.
국어사전에는 '유대인이 하나님에게서 받은 은혜를 감사하는 뜻으로 지내는 제사'라는 뜻풀이가 나와 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의미와 사전에서 설명하는 뜻이 조금 다릅니다.

감사제는 일본어로 '칸샤사이'(感謝祭, かんしゃさい)라고 합니다. 구미권의 '추수감사절'을 뜻하는 동시에 지금껏 상품 및 서비스 등을 사용해 온 고객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기업이 기획한 행사를 의미합니다.

일본에서는 패션·유통업계뿐만 아니라 방송, 가전, 동네 슈퍼마켓까지 광범위하게 사용합니다. 가수들의 콘서트에서도 감사제라는 표현을 쓸 정도라고 합니다.

포털사이트에서 기간을 10년 전인 2010년 1월1일~12월31일로 설정하고 '감사제'를 검색해봤습니다. 주로 종교단체 행사나 공공기관 감사 업무, 이천 등 쌀로 유명한 지역의 행사를 뜻했고 기업의 할인·기획 행사와 함께 등장하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검색 결과에서는 기업의 할인행사로 많이 등장했습니다.

업계에서는 감사제라는 표현이 일본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를 시작으로 국내에 퍼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금이야 유니클로 불매운동이 한창이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니클로는 히트텍, 에어리즘, 후리스 등 여러 히트상품을 탄생시키며 패션업계를 이끈 선두기업의 위치에 있었습니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유니클로 감사제는 고객에게 감사하는 의미로 시즌 시작 때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등 한국의 할인 행사와는 의미가 달라 감사제 용어를 고수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감사제라는 용어는 유니클로가 일찍부터 사용했지만 지금은 다른 브랜드에서도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감사제의 우리식 표현은 무엇이 있을까요. '사은 행사'(謝恩行事)는 '받은 은혜를 갚기 위해 고객을 대상으로 선물 따위를 증정하는 행사'라는 뜻으로 국어사전에도 나와 있습니다.
백화점, 은행 등 업종을 불문하고 널리 사용 중인 용어입니다.

감사제라는 표현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도 모르게 우리 생활에 침투한 외국식 표현을 찾아보고 의식하며 사용한다면 우리 말과 한글을 바르게 가꾸는 데 보탬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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