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태화강 국가정원 잇단 침수 논란.. "제방설치 필요" vs. "자연 그대로 둬야"
2019.10.06 18:13
수정 : 2019.10.06 18:13기사원문
6일 울산시에 따르면 지난 3일 제18호 태풍 '미탁'의 영향으로 울산지역에는 평균 172.5mm의 비가 폭우가 쏟아졌다. 태화강에는 지난 2016년 태풍 '차바'이후 3년 만에 홍수주의보가 발령됐고 울산시 중구 태화동 태화강 국가정원 일부가 침수됐다.
■ 국가정원 되면서 시설물 피해 우려
그런데 울산시민들에게 태화강 국가정원의 침수는 낯선 일이 아니다. 원래부터 하천지역인데다 예전 농경지였던 때도 폭우와 태풍이 불 때면 종종 물에 잠겼기 때문이다. 그나마 하천정비로 인해 2000년 이후 침수 횟수는 잦아들었다. 반복 시기도 2003년(매미), 2012년(산바), 2016년(차바) 등 간헐적이다.
하지만 올해 7월 국가정원으로 지정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공들여 설치한 크고 작은 정원의 훼손과 관광객 등의 인명사고 우려가 높이지고 있어서다. 이번 태풍으로 국가정원이 침수되자 울산시는 굴삭기와 살수차 등 장비 96대와 공무원, 군인, 민간인 등 1160명을 투입해 복구 작업 중이다. 완전 복구까지 4일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거액을 들여 만든 정원도 새로 손봐야 할지 모른다. 이 같은 일이 반복될 경우 예산과 인력 낭비가 불가피한 것이 사실이다.
일부에서는 기후변화로 태풍이 잦아지고 침수 횟수도 증가할 것이라며 제방 설치 등 근본적인 침수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상류에 위치한 댐의 방류량 조절 기능 등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 "자연스러운 현상" 생태하천 특성
반면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태화강 국가정원이 지정 과정에서 침수 가능성이 제기됐고 예상되는 문제점을 충분히 고려했던 만큼 대수롭지 않다는 입장이다.
국가정원 주변을 둘러싼 대나무 숲(십리대숲)으로 인해 홍수 시에도 급류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고 침수가 되더라도 빠른 배수가 가능한 토질과 지형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국가정원 지정에도 결정적인 요소였다. 즉, 침수는 많은 비가 내리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자연친화적인 정원의 특성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어 국가정원으로 지정이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태화강 국가정원은 전체 면적 83.54ha로 바로 옆에는 태화강과 수많은 물고기, 10리나 되는 대나무 숲이 장관을 이룬다. 겨울에는 10만여 마리의 떼까마귀, 여름에는 수천 마리의 백로가 찾아오는 자연생태공원이다. 여기에 6가지 주제로 29개 크고 작은 인공 정원이 설치돼 있다. 이는 대부분 인공 정원으로 꾸며진 순천만 국가정원과 비교되는 점이다.
울산시는 오는 18일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 선포식을 갖는다. 이후 시설보강, 주차장 확충, 입장 유료화 등을 진행하면서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번 태풍으로 불거진 침수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울산시 관계자는 "특히 태화강은 국토부가 관리를 맡고 있는 국가하천이기 때문에 각종 규제와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대책 마련에 난색을 표명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