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더 이상 안전지대 아니다.. 가을축제 비상

      2019.10.09 09:09   수정 : 2019.10.09 09:0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가을은 더 이상 태풍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지난 3일 한반도 남부를 관통한 제18호 태풍 ‘미탁’으로 매년 10월초 개최되어 온 전남, 경남, 부산, 울산 등 남부지역 유명 축제들이 큰 지장을 받았다.


광주시 대표 축제인 '추억의 충장축제'를 비롯해 전남 장흥 노란꽃축제, 강진 청자축제, 경남 진주남강유등축제, 밀양강 오딧세이 등이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특히 부산에서는 지난 2일 예정이었던 부산국제영화제 전야제가 취소됐다. 2016년 태풍 ‘차바’, 2018년 ‘콩레이’에 이어 연속해 차질을 빚었다.

울산에서는 전국에서 처음 만들어진 ‘배달의 다리’ 개장이 3번이나 연기됐다. 또 올해로 10회를 맞은 울주오디세이 또한 억새군락으로 유명한 간월재에서 매년 열렸지만 올해는 태풍 '미탁'으로 인해 울주문화예술회관으로 장소를 옮겨야만 했다.


태풍피해 복구로 인해 축제취소도 이어졌다. 5~7일 예정이었던 경북지역의 2019 성주 가야산 황금들녘 메뚜기잡이 체험축제, 제16회 울진금강송 송이축제와 친환경농산물축제가 취소됐다.

이번 주 역시 지난 6일 제19호 태풍 '하기비스(HAGIBIS)'가 발생하면서 주말 개최 예정인 축제나 행사 지역에서는 태풍 경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10월은 비가 적다” 옛말... 올해만 3건

부산국제영화제를 비롯해 많은 축제들이 10월초 개최되는 이유 중 하나가 이 시기 비가 가장 적게 내린다는 분석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미탁’과 몇해 전 ‘차바’처럼 9월~10월 발생하는 이른 바 ‘가을태풍’은 앞으로 더욱 자주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주최 측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7일 기상청에 따르면 2009년~2018년까지 최근 10년간 9~10월 발생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은 85건에 9건으로 이전 10년(1999~2008) 66건에 6건보다 증가했다.

특히 2016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4년간은 해마다 직접적인 피해를 주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무려 7건이 영향을 주었다. 여름 4건, 가을 3건이다. 한 해 태풍 7개는 기상청이 태풍을 관측한 1959년 이후 60년 만이다.

이 같은 태풍의 잦은 발생과 영향은 이미 예견됐다. 바로 온실가스 배출 증가에 따른 기후변화 즉, 해수면온도의 상승이다.

해수면온도가 상승하면 우리나라 여름철에 영향을 미치는 북태평양 고기압을 가을까지 확장시키게 된다. 기압골 따라 한반도로 근접하는 태풍이 힘을 잃지 않고 높은 해수면온도로부터 계속해 강한 에너지를 공급받게 되는 셈이다.

■ 태풍 잦아지는데 10월 초 황금 연휴가 발목
예전에 태풍은 열대에서 발생해 북쪽으로 올라오면서 약화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해수면온도의 상승으로 과거보다 더 높은 위도에서 발생하고 있는 추세다. 7~8월에 집중되던 태풍이 6월, 특히 9월에 더 잦아지는 배경이다.

축제나 행사 주최 측도 10월초까지 이어지는 높은 습도와 늦더위, 6월 장마보다 긴 가을장마 등을 고려래 늦추고 싶은 생각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10월 초에 몰린 황금연휴가 발목을 잡는다.

관광업계 한 관계자는 “개천절, 한글날 등 10월 초 징검다리 연휴기간은 가족단위 또는 단체의 가을여행 시즌인데 이를 포기하기에는 잃는 것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날씨 좋은 시기일수록 축제 한꺼번에 몰려 관광객이 분산되면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며 “기후변화를 고려해 차라리 축제 기간을 차별화하는 방향이 돼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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