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리스크에 '중국의 완벽승'…2단계 딜 예고

      2019.10.13 15:27   수정 : 2019.10.13 15:27기사원문
【베이징=조창원 특파원】 미중 무역협상이 부분적 합의에 도달한 '미니딜'로 마무리된 것을 두고 평가가 분분하다.

일단 미중 무역갈등이라는 대외 불확실성이 단기적으로 제거돼 글로벌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러나 협상 결과에 대해 '중국의 승리'라는 평가가 대세를 이룬다.

탄핵 위기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지율 회복을 위해 중국의 미니딜을 덥석 수용했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번 합의를 계기로 미중 무역협상이 두 단계로 구분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와 미국의 관세부과 일부 유예라는 부분 합의가 '1단계 딜'인 반면 양국 무역갈등의 구조적 문제를 다루는 '2단계 딜'이 후속 과제로 남았다.

■중국의 완벽한 승리
서방 언론들은 이번 미니딜을 중국의 완벽한 승리라는 평가를 쏟아내고 있다.

이번 미니딜은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을 연 400억~500억 달러 구매해주는 대신 15일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2500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관세 인상조치를 취소한다는 게 핵심이다. 그러나 합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중국이 양보한 내용은 거의 없는 반면 미국의 주장해온 핵심의제는 모두 빠지고 중국을 겨냥했던 추과관세 부과만 유예해줬다는 것이다.

우선, 미국이 견지해온 중국의 보조금 등 무역시스템 개혁, 기술 강제이전 문제 등 구조적 이슈들이 대부분 빠진 채 무역갈등을 서둘러 봉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이번 '1단계 합의'로, 미국의 추가관세를 미루는데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피하고 싶었던 까다로운 이슈들에 대한 논의를 연기하는데 성공했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확대하기로 하는 등 일부 양보를 했지만, 이는 이미 중국 정부가 이전 협상 때 제의했던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수입이 이번 미니딜의 핵심이지만 이 역시 거래 관점에선 미국의 일방적 패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은 어차피 농산물 수요를 맞춰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중국은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사육 돼지의 약 50%를 살처분해 수입산 돈육을 대거 수입해야 할 처지다. 미국산 농산물 수입카드가 양보안이 아니라는 뜻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한 핵심 의제들을 대부분 관철하지 못한 채 추가 관세 부과만 유예해줘 실패한 협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실패의 배경으로 탄핵위기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대통령선거에서 재선을 노리고 있지만 최근 탄핵위기에 몰리면서 지지율 회복이 다급해졌다.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을 십분 활용해 유리한 협상을 끌어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중국과의 부분적 무역합의에 대해 트윗을 통해 "미국 농가를 위해 이뤄진 가장 위대한 합의"라고 자화자찬한 점도 자신의 정치적 텃밭인 농가를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미 민주당의 탄핵추진 등으로 정치적 위기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합의 성과를 띄워 핵심 지지층인 중서부 농민 표심을 공략했다는 것이다.

한 중국 관리는 FT에 "미국 경제가 압박을 받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를 앞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전엔 (중국과의) 긴장을 고조시키고자 했지만, 지금은 긴장을 낯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2단계 합의과정 여전히 남아
미중 무역협상이 단기 봉합됐으나 장기전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술책으로 부분적인 내용에 합의했을 뿐 굵직한 구조적 의제들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일단 이번 미니들에 대한 합의 서명이 다음달 예고돼 있어 당분한 양국간 무역갈등이 숨고르기에 들어갈 전망이다.

그러나 11월 1차합의에 대한 서명 직후 미국은 구조적 문제에 관련한 2차 협상에 즉각 들어간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그간 중국에 ▲미국 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 금지 ▲지식재산권 보호 ▲중국 기업에 대한 산업보조금 지급 금지 ▲환율조작 금지 ▲농산물·서비스 시장 개방 ▲사이버 절도 근절 ▲미중 무역합의의 이행강제체제 확립 등을 요구해왔다. 중국의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테크놀로지의 수출 제재 이슈도 이번 협상과 별개로 살아 있다.

이번 딜 조건에 따라 15일 중국산 2500억 달러에 대한 관세율 인하가 연기됐지만 이와 별도로 12월에 시행될 추가 관세부과 보복 카드가 남아 있다. 이와 관련,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번 미니딜에서 12월에 시행될 관세에 대해서는 결정내린 바 없다고 강조했다.
미중간 2단계 합의 과정에서 추가 관세인하 카드가 압박 수단으로 동원될 수 있다는 말이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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