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600억달러 국채 매입 "美연준 사실상 경기부양"

      2019.10.13 17:46   수정 : 2019.10.13 17:46기사원문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매월 600억달러 규모의 단기국채를 매입하기로 했다. 초단기 자금시장인 레포(환매)시장 안정을 위한 조처로 경기부양책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시장에서는 결국 양적완화(QE)와 같은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마켓워치 등 외신에 따르면 연준은 15일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매월 600억달러씩을 레포시장에 투입하기로 했다.

주로 단기국채 매입을 통해 은행들이 연준에 맡겨 두는 예치금은 이른바 준비금을 매월 600억달러씩 늘리는 계획이다. 매입 규모는 이후 확대될 수도 있다.
이는 4조달러 규모에 육박하던 연준의 운용자산을 계속해서 축소해왔던 지난 8월까지의 정책방향을 완전히 뒤엎는 조처다. 연준은 2014년부터 QE축소에 나서 국채 이자를 재투자하지 않는 식으로 QE를 동결했고, 2년전인 2017년 10월부터는 만기가 돌아오는 국채를 매각해 QE 규모를 축소해왔다. 이때문에 은행들이 연준에 맡겨 놓는 여윳돈인 준비금은 2014년 2조8000억달러이던 것이 지난달에는 1조4000억달러에도 못미치는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연준이 매각하는 국채를 은행들이 사면서 이들의 준비금 항목으로 잡혔던 돈이 연준 자산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연준은 내년 상반기까지 단기국채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레포 시장에 자금을 투입해 은행들의 준비금을 9월초 수준인 1조5000억달러 가까이로 유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이날 밝혔다.

■화상회의후 만장일치 결정

WSJ에 따르면 연준은 4일 화상회의를 통해 레포시장 움직임에 관해 논의했고, 11일 만장일치로 이같은 조처를 승인했다. 시장은 반겼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미 금리 부문 책임자인 마크 캐버너는 "학수고대했던 연준의 바주카"라면서 "연준이 마침내 지나치게 급격히 준비금을 줄였던 자신들의 실수를 바로잡고 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이 8일 지적했듯 연준은 이날 레포시장 자금 공급이 QE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연준은 이날 조처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정책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순수한 기술적 대응"으로 "통화정책 기조변화(즉 추가부양)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파월 의장이 8일 "이는 결코 QE가 이니며, 어떤 의미로도 QE가 아니다"라고 지적한 점을 재확인한 것이다. 연준은 장기국채 매입과 보유는 장기 금리를 떨어뜨리고, 이에따라 투자자들을 주식과 채권시장으로 몰아 경기부양과 금융시장 부양 효과를 가져오는 반면 단기 국채 매입과 보유는 부양효과가 적다고 보고 있다.

■"시중에 직접 돈푸는 효과"

마켓워치는 그러나 연준의 의도가 어떻든, 정책목표가 어떻든 결국 이는 QE와 다를 바 없는 정책효과를 낼 것으로 전문가들이 보고 있다고 전했다. 레포시장 안정을 위한 조처는 결국 시장에 자금을 쏟아붓는 QE와 결과적으로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연준은 레포시장 불안이 연준과 직접 거래하는 프라이머리 딜러들에게만 돈이 집중되고, 이 돈이 다른 은행으로 흘러들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고있다. 이때문에 은행들의 자금난을 덜기 위해 프라이머리 딜러들 뿐만 아니라 일반 은행들도 연준에 국채를 매각해 준비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레포시장은 은행들이 급전이 필요할 경우 국채를 담보로 다른 은행에서 하룻밤짜리 초단기로 돈을 빌리는 시장으로 금융시장에서 전당포 같은 역할을 한다. 그러나 지난달에는 은행들의 준비금이 줄어드는 가운데 대형 은행들로 구성된 프라이머리 딜러들이 연준의 준비금 규정 강화 등에 따라 준비금 확보에 나서고 다른 은행들에 급전을 대출해주지 않으면서 레포 금리가 치솟고 시중에 자금난이 닥친 바 있다.
결국 연준이 레포시장 안정을 위해 자금을 쏟아붓고, 이 돈이 프라이머리 딜러들만이 아닌 일반 은행들에도 직접적으로 흘러들어가게 하면 결국 이는 QE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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