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서 그래"..후임병들 상습 추행한 20대, 1심서 징역형

[파이낸셜뉴스] 후임병들을 상습적으로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평택지원 형사1부(정도성 부장판사)는 군인 등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23)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8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 및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김씨는 강원도에 위치한 한 본부중대 취사병으로 근무하던 2017년 2월부터 9월까지 후임병 10명을 총 22회에 걸쳐 강제로 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생활관에서 후임병과 얘기를 나누다 갑자기 특정 신체 부위를 만지고 “와 XX 크네”라고 말하거나 TV를 시청 중이던 후임병의 허위를 감싸 안고 끌어 당겨 만진 것으로 조사됐다.

또 허벅지나 엉덩이 등 부위를 만지고 두드린 뒤 “좋아서 그래”라고 말하기도 했다.

추행을 당한 후임병들은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성적으로 불쾌감과 수치심을 느꼈다”며 김씨에게 항의하기도 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그러나 김씨는 후임병이 항의하자 오히려 ‘하극상이냐’며 화를 냈다는 진술도 나왔다.

김씨는 후임병들도 자신의 팔을 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한 후 특정 신체 부위를 만지고, 모욕을 가해 반격할 마음으로 소심한 형태의 복수를 감행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나머지 접촉 행위에 대해서도 “피해자들에게 성적 수치심을 야기할 정도의 행위인지 불분명하다”면서 “강제추행의 전형성도 결여돼 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재판부는 “일반적으로 동성 간에도 아무런 이유 없이 허리부위나 다리를 만지는 행위는 객관적으로 혐오감을 일으킬 행위”라면서 “더욱이 피해자가 이에 대해 분명한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재차 피해자의 신체를 만지는 것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수치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추행’에 해당된다”며 김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이어 “군대 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후임 병사인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강제추행을 한 사안으로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피해자들은 상당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임에도 피고인은 자신의 죄책을 부인하면서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1명을 제외한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고, 각 범행이 계급적 우월의식에서 비롯된 행위나 직접적인 위협 수단을 사용한 것은 아니“라며 ”피고인이 초범이고, 아직 사회초년생에 불과해 준법의식을 갖춘 올바른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개전의 여지가 있다고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mail] 이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