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까진 내달리진 못해...다음달 지소미아 종료가 2차 분기점

      2019.10.24 16:33   수정 : 2019.10.24 16:33기사원문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이낙연 국무총리와의 24일 회담은 한·일 양국이 본격적으로 '대화를 통한 갈등관리'에 나선 전환점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 총리는 회담 후 한국 취재진에게 "이제까지 간헐적으로 이어진 외교당국 간 비공개 대화가 이제 공식화됐다고 받아들인다"며 "이제부터는 (양국 대화가) 속도를 좀 더 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30일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1년 가까이 사실상 대화가 단절되다 시피했던 한·일 양국이 대화관계 복원이라는 '대화를 위한 기초 바닥 공사'를 마쳤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
이를 두고, 정부 고위관계자는 철도 레일을 까는 작업에 빗댔다. 이 관계자는 "이제까지 비공식적으로 간헐적으로 이뤄지고 시도된 대화들이 좀 더 공식적으로 정부간 채널을 통해 더욱 활발하게 이뤄져 나갈 것"이라며 "레일 정리로 대화의 속도가 더 나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당초 '단시간·면담'이었던 만남의 형식도 '회담'으로 격상되고, 시간도 장기간 면담이라고 칭했던 아베 총리와 중국 왕치산 국가부주석간 면담(19분)보다 긴 21분이었다. 한·일 양측 모두,"이대로는 방치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결과로 풀이된다.

시즈오카현립대 오쿠조노 히데키 교수는 "김현종 청와대 외교부 2차장을 비롯한 청와대의 한·일 관계에 대한 강경한 입장이 나올 때마다 일본 정부에선 관계 개선에 의욕이 사라진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면서 "이낙연·아베 총리 회담을 통해 관계 악화에 제동을 걸고, 다양한 해법을 논의할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데 의미를 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소미아 종료 2차 분기점
이날 회담에선 큰 틀에서 대화 분위기 조성엔 합의했으나 '대화의 간극'을 좁혀나가는 일은 난항이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에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희망한다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로선, 한·일 양국의 입장차가 팽팽해 정상회담에 이르는 과정 자체에 상당한 진통과 갈등이 노정돼 있어, 바꾸어 말하면 지금은 정상회담을 꺼낼 단계가 아니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아베 총리는 이날도 "국가간의 약속은 지켜야 한다"며 강제징용 배상 판결은 한국 내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이 총리는 "한국 정부는 1965년 한·일 기본 조약과 청구권 협정을 존중하고 준수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며 협정 초기부터 존재해왔던 해석상 이견을 양국이 이번에도 대화를 통해 해결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일 외교당국에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관한 해법을 놓고 물밑에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아이디어 차원'의 논의로 파악된다. 한국이 주장하는 대법원 배상 판결 준수와 징용 피해 당사자들의 의견 수렴, 일본이 주장하는 1965년 청구권 협정의 준수라는 양립할 수 없는 준거 틀 내에서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와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결정까지 더해지면서 갈등 현안이 3차 방정식으로 복잡해졌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 1년을 불과 1주일 앞두고 이뤄진 아베 신조·이낙연 회동으로 대화의 분위기는 만들어졌으나, 외교당국 간, 나아가 한국 청와대와 일본 총리관저가 풀어가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일단 다음 대화의 분기점은 내달 23일 종료가 예정된 지소미아 처리 여부다.
지소미아 카드가 정상회담으로 가는 디딤돌이 될지, 갈등 악화의 재료가 될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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