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개도국 졸업 선언.. 농민 "식량주권 버렸다"

      2019.10.25 17:32   수정 : 2019.10.25 17:32기사원문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특혜 지위를 주장하지 않기로 했다. 사실상 개도국 지위 포기 선언이다. 차기 WTO 협상까지 농업분야의 특혜 지위는 누릴 수 있다.

하지만 농업계는 "식량·통상 주권 포기"라며 강력 반발했다.

농업분야 개도국 특혜를 당분간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다자 간 협상체제가 아닌 미국이 우리나라의 WTO 개도국 지위 포기를 빌미로 농산물시장 추가 개방과 관세율 인하, 보조금 축소 등을 요구할 경우 우리 농업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에 따라 농업분야 대책으로 내년 농업관련 예산을 최근 10년내 가장 높은 증가율 수준(4.4%)인 15조3000억원으로 편성했다. 또 '공익형 직불제' 조기도입을 추진키로 했다.

정부는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포함한'WTO 개도국 특혜 관련 안건'을 논의·발표했다.

홍 부총리는 회의 직후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우리 농업의 민감분야는 최대한 보호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협상할 권리를 보유·행사한다는 전제하에 미래 WTO 협상에서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했다"로 밝혔다. 홍 부총리는 우리나라의 대외적 위상, 개도국 특혜 관련 대외 동향,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대응 여력 등 3가지를 개도국 지위 포기의 요인으로 꼽았다.

홍 부총리는 "1995년 WTO 가입 이후 약 25년이 지난 지금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세계 12위, 수출 세계 6위, 국민소득 3만달러 등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며 "경제적 위상을 감안 시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개도국으로 더 이상 인정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홍 부총리는 이어 "개도국 특혜에 관한 결정을 미룬다 하더라도 향후 WTO 협상에서 우리에게 개도국 혜택을 인정해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결정이 늦어질수록 대외적 명분과 협상력 모두를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홍 부총리는 또 "새로운 협상이 시작돼 타결되기 전까지는 기존 협상을 통해 이미 확보한 특혜는 변동없이 유지할 수 있다"며 "현재 WTO 도하개발어젠다(DDA) 농업협상이 장기간 중단돼 사실상 폐기된 상태로 향후 협상이 재개돼 타결되려면 상당히 장기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농업분야 대책도 적극 추진키로 했다. 우선 조속한 '공익형 직불제'도입을 위한 농업소득보전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공익형 직불제는 WTO에서 규제하는 보조금에 해당되지 않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이를 전제로 직불제 예산을 올해 1조4000억원에서 내년에는 2조2000억원으로 증액해 편성했다.

재해를 입은 농업인의 경영안정을 위해 농업재해보험 품목을 확대하고, 농산물의 수요기반과 수급조절 기능도 강화할 계획이다.

한편 WTO에서 개도국 여부는 회원국이 스스로 판단해 밝히는 '자기 선언' 방식을 따른다.
우리나라는 자기 선언을 통해 개도국 지위를 유지해왔다. 다만 농업부문을 제외하고는 개도국으로 혜택을 받지 않고 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26일 경제적 발전도가 높은 국가가 WTO 내 개도국 지위를 이용해 특혜를 누리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WTO 개도국 특혜 지위 논란이 불거졌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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