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고가주택 과잉공급 대책, 버블 야기할까
2019.10.27 00:49
수정 : 2019.10.27 10:0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말레이시아 정부가 고가주택 과잉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년부터 외국인 보유가능 주택의 하한선을 종전 대비 40% 인하하기로 했지만 이같은 정책이 오히려 부동산 거품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싱가포르 스트레이츠타임스(ST)에 따르면 림관응 말레이시아 재무장관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외국인 보유가능 주택의 하한가격을 100만링깃(약 2억8058만원)에서 60만링깃(약 1억6835만원)으로 하향조정한다고 발표했다.
적용대상은 현재 미분양 상태인 도심지 주택이며 적용기간은 내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1년간이다.
림 장관은 또한 당장 주택을 구입할 능력이 없는 매수자들에게 '렌트 투 오운(Rent to Own)'이란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모기지율을 인하하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말레이시아 부동산이 현재 안고 있는 △현지인들에게 매수가능한 주택 부족 △28억달러에 달하는 고급주택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고심해 내놓은 대책이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공격적으로 고가의 콘도를 짓고 있는 반면 현지인들은 저렴한 주택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정책이 가져올 결과에 대해 소암 헹 춘 부동산·주택개발자협회 회장은 "앞으로 2년 안에 시장이 상승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전문가들은 오히려 부동산 거품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아즈룰 아즈워 조호르코퍼레이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정책으로 2차 시장에서 주택가격이 더 뛰면서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60만링깃이 넘는 고급 주택을 더 많이 짓도록 자극할 수 있다"며 "이는 (부동산) 거품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외국인 보유가능 주택의 하한선 인하로 고급주택 시장에 '외국인들이 쇄도(invasion)'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아즈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싱가포르인들이 도심내 고층건물을 쓸어담도록 수문을 열게 될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며 "이번 정책으로 조호르 부동산의 과잉공급을 크게 줄이는데 도움이 될 것 같지만 싱가포르와 홍콩, 중국 등으로부터 오는 외국인들의 침입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는 다른 동남아 국가와 달리 외국인 재산에 대한 100% 지분 소유권이 인정된다. 농지를 제외하면 아파트와 상업용 부동산, 산업 및 주거용 토지 등 매입 대상에 제약이 없고 이민자에게 이자소득세, 증여·상속세가 없다.
이에 해외 투자자들과 이민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MM2H(Malaysia My Second Home) 비자 프로그램이 관심을 끌고 있다.
MM2H 비자는 말레이시아 이민을 위해 마련된 장기체류비자다. 10년 단위로 쉽게 연장이 가능하고 의무 체류 기간도 없다.
최근 시위가 격화하고 있는 홍콩에서 해외 거주용 부동산 구입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말레이시아를 비롯해 그리스, 포르투갈, 키프로스, 몰타 등 골든비자를 발급하는 국가들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 23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부동산컨설팅업체 '존 후 이민 컨설팅'은 지난 5개월간 홍콩인들의 해외 거주용 부동산 매입이 4배 급증했다고 밝혔다.
존 후 이민 컨설팅에 따르면 홍콩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국가는 호주와 캐나다, 미국이다. 센타라인 이미그레이션 컨설턴츠의 데이비드 휘 매니징디렉터는 "일본과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역시 인기가 있다. 지난 몇달간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는 특히 인기를 끌었다"고 설명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