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언하고 주무르고…"100회 전국체전, '과열 경쟁'에 인권침해 빈발"
2019.10.28 12:00
수정 : 2019.10.28 12:00기사원문
#. 한 구기종목 남자 지도자는 경기 중에 여자 고등학교 선수들에게 소리치고 욕을 했으며, 선수를 툭툭 밀치는 행동을 했다. 이 지도자는 선수들에게 "야 이 XX야, 죽을래, 그 따위로 할 거야? 미쳤어?" 등의 폭언을 했다. 해당 폭언을 들은 관중들이 "저게 감독이냐, 욕하지 마라, 도대체 뭘 배우겠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 다른 종목에서는 심판이 경기장 안내 여성 직원에게 "야 딱 내가 좋아하는 몸매야, 저런 스타일은 내가 들고 업을 수 있지"라고 발언하는 장면이 목격됐다.
[파이낸셜뉴스]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이 지난 3~10일 열린 제100회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의 14개 주요 종목에서 학생 선수들에 대해 언어·신체·성폭력 등이 발생했다고 28일 밝혔다.
이 기간 인권위 조사관과 인권 전문가들로 구성된 20여명의 인력이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그 결과 과열 경쟁과 권위주의적 문화로 인한 인권침해 상황이 확인됐다고 인권위는 설명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경기에 패배했다' '경기를 잘 하지 못한다' 등의 이유로 일부 지도자들이 고등·대학부 선수들에게 심한 욕설·고성·폭언·인격 모욕 등의 행위를 했으며, 이는 종목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공공연히 목격됐다고 인권위는 전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지도자가 학생선수들을 집합 시킨 상태로 "XX놈들 XX들인가? 나가 뒤져야 된다"고 발언(투기) △경기장 복도 한 쪽에 남자 고등학교 선수들을 열중 쉬어 상태로 세워두고, "너는 이길 수 있는 경기를 왜 그 따위로 한거야"라고 소리치며 공포분위기 속에서 혼냄(투기) 등의 사례가 보고됐다.
미진한 성인지 의식으로 인한 사례도 발생했다. 일부 종목에서는 작전 타임에 남자 코치가 여자 선수의 목덜미를 주무르고 만지는 장면이 목격됐다.
또 일부 여성 선수나 자원봉사자가 단상에 앉은 종목단체 임원 등에게 다과 수발을 하는 성차별적인 의전 장면도 보고됐다. 여성 선수를 향해 성희롱 발언을 하는 등의 미성숙한 관중 문화도 다수 목격됐다는 것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신체 접촉의 경우 해당 종목에서 '격려나 응원'의 의미로 받아들여진다고 하더라도 '스포츠 과정에서의 신체 접촉은 훈련, 교육, 격려 행위와 혼동될 수 있는 특징이 있고, 이를 빙자한 성폭력 사례가 많다는 점에서 불필요한 신체접촉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스포츠분야 성폭력 예방을 위한 인권 가이드라인에 따라 개선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모니터링을 한 대부분의 경기장에서 탈의실·대기실·훈련실은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 인권위는 선수들이 관중석이나 복도에서 관중들과 섞여 훈련 및 휴식을 하는 등 최선의 기량을 내기 역부족인 환경이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주최기관인 대한체육회는 100회 전국체전을 맞아 개막식에서 인권침해 발생 시 신고 가능한 스포츠인권센터 안내 동영상을 송출하는 등 인권친화적인 대회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했다. 인권위 스포츠특별조사단은 향후 스포츠 경기가 인권친화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모니터링을 지속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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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