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박용진 의원 "사회 변화, 권력 눈치 안보고 소신 지켜야 가능"
2019.10.28 15:40
수정 : 2019.10.28 15:40기사원문
지난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지역구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박 의원을 만났다. 그는 '소신파'로 불리는 자신의 정치행보를 "주민들과의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조국 정국에서 쓴 소리를 했다.
▲나는 할 말은 하고 산다. 주민들이 나를 뽑을 때 권력의 눈치를 보고 소신을 죽이라고 뽑은 것이 아니다. 박용진을 정치적으로 믿어준 사람이 원하는 이야기와 방향으로 움직였다. 정치인은 문제가 생기면 그것을 감당하고 책임져야 한다. 집단의 논리로 사람을 공격하고 욕하는 것은 정치와 우리사회 전체에 도움이 안된다. 의연히 맞서고 감당하는 정치인 있어야 우리 사회가 달라질 수 있다.
-박용진 3법(유치원 3법) 처리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수정논의는 없나
▲한국당을 제외한 당들이 박용진 3법을 올릴 때 유예기간 삭제와 처벌의 형평성을 맞추는 부분에서 수정안을 내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현재까지 수정 논의는 없다. 다만 선거법과 공수처법 처리 일정이 다가오고 있어 가능한 빠른 시일에 박용진 3법을 본회의에서 처리해야 한다.
-여권은 입시제도에서 정시 비중을 확대하려한다. 어떻게 보나.
▲지금의 수시 제도는 부모의 능력과 사회적 지위에 너무 많은 영향을 받는다. 그 부분을 보완하고 대입 제도의 변화라는 측면에서 정시 비율 확대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가 입시에 목을 메는 이유는 노동시장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왜곡 됐기 때문이다. 좋은 대학에 못가면 좋은 직업을 갖지 못한다는 인식과 구조 때문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좋은 대학에 보내려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대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최저임금이 시간당 3만원 수준이라면 서울대를 안가고 전혀 다른 선택을 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것이 내 생각이다. 최저임금은 다른 말로 국가가 국민을 어느 정도 값으로 쳐주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사회 최저임금이 8000원이라면 딱 그 정도로 국민을 생각하는 것이다. 나라가 그래선 안된다. 임금 시장이 고평가 되고 사회 전반의 복지 시스템이 강화되면 국민들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다. 오전 8시간 동안 돈이 안될지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저녁 8시간에는 돈을 벌 수 있는 파트타임 활동을 한 뒤, 나머지 8시간은 잠을 자는 '8.8.8' 시대가 와야한다. 그런 점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후퇴 시키고 최저임금 인상을 중단해선 안된다.
-경제민주화 전국 순회강연이 100회를 맞이했다.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은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 갖었던 소명 의식이자 주제어다. 그 부분에 집중하고 싶었다. 그런데 국회에 와보니 이 주제에 관심 있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삼성을 한 번 건드리고 이재용 부회장을 한 번 건드려 사회적 이슈를 만드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를 밝혀내고 현대자동차 리콜을 이끌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문건 공개는 관련 수사에 엄청난 단초가 됐다. 그럼에도 재벌개혁에 대한 제도적 개선과 입법 성과는 아직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국회에서 재벌 관련 입법을 만들면 관료들이 그것을 무력화 시키는 시행령과 규정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재벌 개혁이 첩첩 산중이다. 국회에만 있으면 이 문제를 돌파하기 어렵다. 그래서 담장 밖에서도 시민들과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구체적 사례와 방안을 설명하기 위해 전국 순회강연을 다녔다. 99회까지 총 7286명이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위해 역할을 하겠다는 서명을 했다. 의병들을 모은 것이다.
-경제민주화는 어떤 방향으로 이뤄져야 할까.
▲나는 삼성전자가 망하면 대한민국 경제가 망한다고 본다.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은 삼성전자 망하라는 뜻이 아니다. 2014년부터 삼성전자는 자사주를 사들였고 지주회사 인적분할을 통해 경영권 강화를 이루려 했다. 실제 지주회사 전환 방안을 발표했다.
4차산업 핵심은 인공지능(AI)다. 한국에서 AI에 대한 연구 투자 여력이 있고 4차산업혁명을 준비할 수 있는 기업은 솔직히 삼성전자 딱 하나다. 그런데 이 삼성전자가 총수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자사주를 사들였다. 구글은 딥마인드 회사를 사서 AI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데 한국에서 유일한 경쟁력을 갖춘 삼성전자는 아직도 백색가전 이야기를 하고 있다. 국민은 삼성전자가 구글과 페이스북, 아마존과 싸워 이기는 회사가 되길 바라는데 여전히 반도체를 찍어 내는 회사에 머물고 있다. 화가 난다. 삼성전자 직간접 고용 인원이 50만명이다. 이런 상황이 경제민주화와 재벌 개혁이 꼭 필요한 이유다.
-한국 특유의 재벌 생태계를 개선하고 투명성을 강화하자는 이야기로 들린다.
▲누가 기업을 망치고 있는지 봐야 한다. 삼성전자는 그 자체로 훌륭한 인재가 많고 어마어마한 회사다. 그런데 그 유능한 인재들이 왜 공장 바닥을 뜯어내다 감옥을 가야하나. 왜 삼성바오로직스 가치를 뻥튀기해 투자자들을 상장폐지의 공포에 시달리게 하나. 시장경제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불투명성과 불공정성이다. 공정성과 투명성이 망가지면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고 경제 전체가 침체돼 주저 않는다. 삼성이 그래선 안된다.
-그럼에도 경제민주화 성과를 이룬 배경은 무엇일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30주년 토론회에서 우리 정부가 오히려 경제민주화를 후퇴 시켰다고 많은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를 밝혀내 금융실명법에 대한 잘못된 유권해석을 2주만에 바로잡는 '단기 승부'를 이뤄냈다. 24년 동안 잘못된 엉터리 유권해석을 박용진 의원실이 처음 바로잡은 것이다.
지금까지 당국은 '허무명이 아닌 실지명의에 의한 차명계좌는 금융실명법 제5조가 규정하는 과세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해왔다.
쉽게 말해 A의 돈을 실제 존재하는 B의 이름으로 숨겨 놓고 승계해도 금융실명법 위반이 아니라는 뜻이다. 대신 마루치 아라치, 뽀로로 등 가짜 이름을 만들어 숨겨두면 과세 대상이 된다는 이야기다. 금융실명법 도입 취지가 그게 아닌데 엉뚱한 해석을 내놓고 있었다.
단기 승부가 가능했던 이유는 당시 우원식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의 강력한 의지가 있었다. 또 청와대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경제민주화를 위해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
▲재선이 되는 동시에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이슈로 의원들을 조직화할 계획이다. 혼자만의 싸움이 아니다. 지금도 같이 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아직까진 재벌개혁만을 위해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재선이 되면 당 내 의원들을 모아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과 관련된 행동주의 의원 모임을 만들려 한다. 당 내에서 시작해 여야를 뛰어 넘는 조직화를 생각하고 있다.
-20대 국회 임기가 6개월여 남았다. 민주당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다. 여야가 바뀌면 구조적으로 내로남불이 벌어진다. 하지만 야당 때 (민주당이) 주장했던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약속을 여당이 되어서 제대로 지키고 실천했는지 따져 본다면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여당이 되니 경제민주화를 잊어 버리고 이전과 똑같이 관료들이 주도하는 경제 논리에 빠진 부분도 있다. 국민들은 이전 정부와 지금의 정부가 논리도 다르고 대응 방식도 다르니 정권을 교체한 것이다. 그런데 똑같은 관료 논리로 경제를 운영한다면 정권교체를 할 필요가 있을까. 아주 실망스럽다. 정권교체 효용감과 정치의 신뢰성을 높이고 정치의 유능함 보이기 위해선 자신이 집권하지 않았을 때의 계획과 발언을 집권한 뒤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20대 국회 임기는 6개월여 남았다. 21대 국회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젊은 사람들 국회에 많이 들어와야 한다. 20, 30대는 새로운 법의 적용을 받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정작 법을 만드는 과정에 2030세가 없다. 사회적 기성세대와 기득권의 의견으로만 법을 만들면 청년세대는 절벽을 마주하게 된다. 2030세대가 국회에 들어와야 정치를 바꿔야 한다. 20대 국회가 제일 잘못한 것은 정치체계를 바꾸기 위한 개헌이라는 자기 소명을 달성하지 못한 것이다. 젊은 세대의 국회 진출이 활발해지도록 개헌 및 정치체제 논의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반환점을 돌았다. 후반전은 어떻게 준비 해야 할까.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이미 GPS와 나침반이 있다. 대통령의 GPS는 취임선언문이다. 나침반은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100대 과제다. 초심대로 취임선서문과 100대 과제 그대로 하면 된다. 국민들은 그런 일을 하라고 대통령을 뽑았다.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면 된다.
juyong@fnnews.com 송주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