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4년만에 다시 좌파 집권…'페로니즘' 부활 예고

      2019.10.28 18:06   수정 : 2019.10.28 18:06기사원문
아르헨티나 대통령 선거에서 중도 좌파 성향의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후보가 당선됐다.

4년전 대선 당시 좌파 정권에서 우파에게 표를 던졌던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이제 우파 정권에 대한 실망과 회의감으로 다시 좌파 성향의 정권을 택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27일(현지시간) 열린 대선에서 개표가 95.54% 진행된 가운데 중도좌파연합 '모두의 전선'의 후보인 알베르토 페르난데스가 48%, 중도우파연합 '변화를 위해 함께'의 마우리시우 마크리 대통령이 40.47%의 득표율을 기록해 페르난데스 후보가 당선을 확정지었다.

아르헨티나 대선에서는 45%의 득표율을 얻거나 40% 이상을 득표한 상황에서 10%P 이상 앞설 경우 결선투표 없이 당선이 확정된다. 이로써 아르헨티나는 지난 2015년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이 우파 후보 마크리 대통령에게 정권을 내준 지 4년 만에 다시 좌파로 정권이 교체됐다.
4년 전 낙선했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페르난데스 후보와 파트너로 부통령에 출마해 다시 대통령궁으로 돌아오게 됐다.

■경제실패 우파, 4년만에 정권 내줘

변호사 겸 법학 교수 출신인 페르난데스는 '온건 페론주의자'로 분류된다. 페론주의는 후안 도밍고 페론 전 대통령을 계승한 정치 이념으로 민족주의와 포퓰리즘의 성향을 지니고 있으며 복지 확대, 외국자본 배제, 친노동 정책 등을 내세웠다. 대통령에 당선된 페르난데스 후보는 "아르헨티나인들이 고통받는 것을 완전히 멈출 수 있게 하는데에만 집중할 것"이라며 "우리는 돌아왔고 더 나아질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AP통신은 이번 정권 교체는 지난 2015년 국가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고 약속했던 우파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감에서 기인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4년간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우파 정권하에서 빈곤율과 실업률이 급증하고 페소화 가치가 급락하는 등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았다. 이러한 가운데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긴축정책이 필요하다"는 마크리 대통령의 주장을 거부했다.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최근 공공요금 및 교통비 인상을 초래한 정부 보조금 삭감에 좌절하며 거리로 나섰다.

AP통신은 이번 대선 결과는 최근 몇년 간 보수주의를 선택했던 남아메리카 국가들이 다시 좌경화되어가는 경향을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 경제 악화와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불만이 폭발하면서 신자유주의를 앞세운 우파 정권에 항의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이웃나라 칠레, 에콰도르 등의 사태도 이번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평했다.

■금융시장 우려···중앙銀 긴급 회의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페르난데스 정권의 출범으로 대규모 포퓰리즘인 '페로니즘'이 부활하면서 아르헨티나의 국가 재정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페르난데스 후보의 승리 소식 이후 28일 아르헨 증시와 외환시장 개장을 앞두고 긴급 비상대책회의에 들어갔다. 이들은 이날 달러대비 페소화 가치가 60페소 선으로 추락하고 증시가 폭락할 가능성에 대해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페르난데스 후보의 앞 길에 축하의 연회보다는 경제 혼란을 바로잡기 위한 산더미 같은 장애물이 더욱 많다"며 "하지만 이 장애물은 과거 페론주의 정부의 정책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평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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