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세일페스타..쇼핑1번지 명동거리 북적, 백화점은 '글쎄'

      2019.11.03 14:19   수정 : 2019.11.03 14:1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싸게 판다니까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좋죠. 스킨도 하나만 사려다가 가격 보고 3개 산 거예요"
지난 2일 서울시 중구 올리브영 명동직영점을 찾은 장경희(41)씨는 예정에도 없던 화장품을 두세개 더 골라 바구니에 담았다. 장씨는 "일단 할인 폭이 크니까 만족한다. 아까 점원도 '직원가 수준으로 드린다'라고 말했다"고 귀띔했다.

이어 "한국도 블랙프라이데이 비슷한 행사를 한다는 뉴스를 봤다. 지난해는 브랜드도 별로 없고 관심도 적었는데 올해는 준비를 잘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올해 5회째인 '코리아 세일 페스타'로 서울의 쇼핑 중심지 명동이 들썩였다. 명동거리 내 화장품·의류 매장들은 '50% 할인' '1+1 행사' 등이 적힌 포스터로 가게 입구와 창문을 도배했다. 명동을 찾은 시민들도 발길을 멈추고 제품을 구경하며 유명 유통 브랜드의 할인 공세에 큰 관심을 보였다.

'코리아 세일 페스타'는 국내외 650여개 유통, 제조, 서비스업체가 함께하는 국내 최대의 쇼핑 축제다. 지난 1일부터 시작해 오는 22일까지 대한민국 전역에서 진행된다. 그간 정부 주도로 진행되던 것과 달리 올해부터는 민간 업계가 행사를 이끌어 나간다. 기간도 10일에서 3주로 늘렸다.

일본인 유나(25)씨는 유창한 한국어로 "일본 친구들이 부탁한 미스트를 사러 왔다. 행사라고 평소보다 가격이 싸서 여러 개 샀다"고 말했다. 그가 고른 미스트의 가격은 1만6500원. 평소 2만5000원에 판매되던 제품이었다. 또 다른 일본인 커플도 미리 사진으로 찍어온 화장품이 할인가로 판매되는 것을 확인하고 제품을 바구니에 한가득 담았다.

맞은편의 생활용품 잡화매장 삐에로쑈핑 명동점도 하루짜리 할인 행사를 열였다. 이날 진행된 신세계그룹의 '대한민국 쓱데이'의 일환이었다. 박유민(29)씨는 "과자랑 이어폰을 엄청나게 싸게 샀다. 밖에 붙은 포스터를 보고 들어 오길 잘했다"며 웃었다. 삐에로쑈핑 점원은 "오늘 하루만 하는 행사로 내일은 가격이 정상가로 판매된다"면서 "할인 규모가 커서 손님들도 평소보다 가게를 많이 찾아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점원들은 텅 빈 진열대를 다시 채우기 위해 박스를 들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중국의 광군제에 비교하면 갈 길이 멀다는 의견도 나왔다. 특히 백화점을 찾은 고객들의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롯데백화점 본점 의류코너를 방문한 최모씨는 "매번 하는 세일과 크게 다른 점을 모르겠다. 특별하게 느껴지진 않는다"면서 "할인하는 옷들도 대부분 이월상품"이라고 잘라 말했다. 또 다른 고객은 "내가 이쁘다고 생각한 옷들은 죄다 할인 품목에서 빠져 있다"며 아쉬워했다.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에서 만난 중국인 여행 가이드는 "우리가 볼 때는 (제품들이) 전혀 싸지 않다. 어제 외국인 관광객들한테도 행사가 있다고 말은 해줬는데, 그분들도 보더니 '딱히 싼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 대기업들이 고의적으로 가격을 올려놓고 '와, 우리 세일한다!'라고 홍보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코리아세일페스타'라는 행사 자체를 모르는 고객들도 많았다. 각 유통 브랜드마다 '블랙 페스타' '쓱데이' '행복제' '블랙프라이데이' 등 다른 명칭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백화점 점원들마저 행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보였다.
롯데백화점의 한 의류 매장 직원에게 할인이 블랙페스타 세일 때문이냐고 묻자 "아니다. 우리가 자체적으로 하는 할인이다"라고 밝혔다.
신세계백화점의 한 가구 매장 직원은 "쓱데이는 백화점 차원에서 하는 거고, 지금 고객들에게 설명하고 있는 할인은 우리 브랜드에서 따로 드리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kdh@fnnews.com 김대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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