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나 대표강사 "녹즙 배달하며 중국어 가르치다보니 ‘HSK 일타강사’ 됐죠"
2019.11.03 17:45
수정 : 2019.11.03 17:45기사원문
"강의에 대한 열정을 포기하지 못했던 이유는 바로 '결핍'이었다. 경제적 결핍, 선배 강사와 비교했을 때 아직 부족하다고 느꼈던 강의력, 더 큰 세계로 나아가고 싶은데 그러지 못한 아쉬움, 그 결핍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있게 했다고 생각한다."
김미나 강사(사진)는 파고다어학원의 HSK(한어수평고시) 대표강사이자 일타강사다.
김 강사는 2007년 청주의 작은 중국어학원에서 1년간 강의를 했다. 사실 강의만 한 게 아니었다. 접수, 상담에 화장실 청소, 전단도 돌렸다. 경력이 전무했기에 참았고, 원장이 시키는 일은 가능한 다 하려 노력했다. 충북 청주에서 일한 지 1년여가 지난 2009년 서울에 있는 중국어 전문학원에 입사하게 됐지만 계약직에 수업 개설수도 적어 한달 보수가 80만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는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게, 자신의 지식을 공유하는 일이 그렇게 신날 수가 없었다"며 "그래서 학원 강의 말고도 다른 아르바이트를 했고 강의 시간을 피해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가 없어 녹즙 배달 일을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굶을 수는 없고, 강의를 당장 그만둘 수도 없었기에 꾹 참고 배달을 했다.
김 강사는 "배달을 마치고 학원에 강의를 하러 오면 오롯이 선생님이었다. 학생들 모두가 선생님이라 불러줬고, 학생들이 웃어주기라도 하면 더 신이 나 강의를 했다"며 "그렇게 신나게 해서인지 3개월간 기초 중국어 재수강률 100%라는 최고점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정해진 수업만 해야 하는 기초 강의만 맡았던 그에게 기회가 왔다. 강사의 재량에 맡기는 HSK 시험반 강의를 맡게 된 것. 그는 바로 녹즙 배달 일을 접었다.
그는 "'더 이상 녹즙 배달 일을 해서는 안 된다. 이번 기회를 잘 잡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며 "피곤한 줄도 모르고 강의를 했고 교재를 집필하게 되고, 동영상 강의를 촬영할 기회도 얻는 등 노력하다 보니 HSK 시험반 강사로 천천히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김 강사는 2011년에 대형학원으로 이직한 데 이어 2014년 파고다어학원으로 이직했다. 월급도 수강생도 처음보다 10배 이상 늘었다.
'일타강사'의 겉모습만 보고 강사를 꿈꾸는 이들이 많다. 이에 대해 김 강사는 "프리랜서로 경쟁 환경에서 일을 하려면 다른 학원, 다른 강좌와는 또 다른 '매력적인 강의'를 해야 한다"며 "시험반 강사는 매번 시험에 응시해 시험 경향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매달 새로운 자료들을 생성해야 한다는 점에서 강사라는 직업은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