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손님 몰리는 ‘핫플’… ‘K토이 사랑’엔 국경·나이 없어요
2019.11.05 17:46
수정 : 2019.11.05 19:19기사원문
서울 창신동 동대문 문구완구거리에서 장난감 가게를 하는 김성민씨(가명)는 서툰 영어를 써가며 외국인 손님을 응대할 일이 부쩍 늘었다. 김씨는 "이 곳에선 외국인 고객이 반"이라며 "해외에 한국 장난감이 좋다고 소문났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찾은 동대문 문구완구거리에는 실제 외국인이 절반, 한국인이 절반인 광경이 펼쳐졌다.
■입소문으로 외국인 관광객 줄이어
이날 거리에는 엄마 손을 꼭 붙잡고 온 서너살 아이부터 손주에게 사줄 장난감을 고르러 나온 70대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있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중국, 일본, 중동 단체 관광객과 미국, 러시아, 프랑스 등에서 온 가족 단위 방문객이었다.
연신 '대디(아빠·daddy)'를 외치며 아빠를 점포 안으로 데리고 가는 꼬마가 있는가 하면 공주 모양이 그려진 어린이용 가방을 고르는 일본인 중년도 보였다. 장난감에 대한 어린 아이의 열정과 자녀에게 선물을 주고픈 부모의 마음은 국적을 가리지 않았다.
문구완구거리 입구와 맞닿아있는 동묘역 앞 인근 도로에는 단체관광을 온 대형버스 3대가 서 있었다. 중국인 관광객은 장난감이 든 봉투를 들고 줄지어 버스에 올랐다. 한국관광공사, 종로구청 관계자는 문구완구거리에 대해 따로 관광객 유치 활동을 하진 않는다고 했다.
송동호 동대문 문구완구거리 번영회 회장은 "중국, 대만, 일본 등 인터넷 사이트와 SNS에 이 곳이 '한국 여행 시 방문할 만한 곳'으로 소개돼 있다고 한다"며 "다녀간 외국 분들이 '한국에서 사온 거다', '한국 제품이다'라며 좋아한다"고 전했다.
물론 K토이의 위상이 올라간 것도 크다. 로보카폴리, 또봇 같은 캐릭터가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면서 관련 장난감을 보고 친근함을 느낀 외국인들이 제품 구매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편의시설 지원 필요"
50여년의 역사를 가진 동대문 문구완구거리는 '문구·완구를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특수 거리'로 자리 잡았다.
사실 온라인 쇼핑의 활성화로 인터넷에서 같은 물건을 이 곳보다 더 싸게 살 수 있다. 그러나 문구완구거리를 찾은 방문객들은 가격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5살 아이와 함께 온 젊은 부부는 "가격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면서 "그것보다 아이가 직접 구경하는 걸 좋아해 종종 방문한다"고 말했다.
2살 손녀에게 줄 인형을 사러 왔다는 60대 김모씨는 "격주로 아이들이 집에 오는데 매번 여기 와서 선물을 사둔다"며 "가격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색 데이트 코스로 이 곳을 찾는 20대 커플도 종종 보였다. '키덜트' 문화의 확산으로 성인을 위한 장난감과 피규어 전문 매장도 생겨났기 때문이다. 이 곳에서 7년간 피규어를 판매 중인 한 상인은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꾸준히 방문하고 있다"며 "일부러 오프라인 구매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문구완구거리를 이끌고 있는 송 회장은 "키덜트 매장, 할로윈 소품 매장 등은 손님들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이었는데 적중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 곳이 재래시장이었기 때문에 영업환경이 좋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면서 "화장실과 기저귀 교환대, 모유 수유실 같은 편의시설이 부족한 만큼 정부와 지자체에서 이 부분에 대한 지원을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전민경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