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블록체인 정책, 같아 보이지만 속은 딴판

      2019.11.06 17:30   수정 : 2019.11.06 17:58기사원문

지난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블록체인을 중국 혁신의 돌파구로 삼아야 한다고 발언하면서 중국에 대한 블록체인-암호화폐 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시 주석의 발언과 함께 비트코인 가격은 급등했다. 하지만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자, 중국의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블록체인 기술과 달리 암호화폐 투기는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중국이 블록체인 기술은 적극적으로 활용하지만 암호화폐를 배척하는 모양새가 한국 정부의 움직임과 비슷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의 정책 방향과 한국의 정책 방향은 전혀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암호화폐와 관련된 기업이 따를 수 있는 룰을 제시하지 않고 방치하다시피 하고 있는 우리 정부와 달리 중국 정부는 오히려 암호화폐 시장에 적극 개입해 부작용을 줄여서 관리하겠다는 정책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中, 암호화폐 막지 않고 관리한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달 암호화폐 채굴기업과 암호화폐 지갑업체 등을 포함한 주요 블록체인 기업 300여곳에 영업허가증을 발급했다. 암호화폐공개(ICO)를 금지하고, 암호화폐 거래소를 폐쇄하는 정책을 추진하던 중국 정부의 움직임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정부가 암호화폐 자체를 금기시한다면 이런 기업들에게 영업허가를 내줄리가 없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의 입장은 암호화폐 자체를 막는다는 것이 아니라, 암호화폐를 통하 사기와 투자과열을 막겠다는 것"이라며 "암호화폐를 어떤 형태로든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지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정하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중국 정부는 블록체인 분야에서는 미국과도 경쟁할 수 있다는 점을 자신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블록체인 원천특허 가운데 62%를 중국계기업이 확보하고 있다. 핵심기술 보유 비중은 49%라고 자체 판단했다. 미국은 원천특허 22%, 핵심기술 18%로 분석했다. 블록체인 분야에서는 이미 미국을 앞지르고 있으니, 이 분야에서 주도권을 가져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국도 부작용 예방 정책 마련 시급

중국계 암호화폐 거래소인 후오비코리아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냈던 이상욱 블루힐릭스코리아 대표는 "중국에서 나오는 블록체인 관련 보고서를 보면 암호화폐나 거래소 분야에서 스스로 경쟁력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기 때문에 암호화폐를 분리해서 버리고 가지는 못할 것"이라며 "다만 투기와 자금세탁과 같은 문제를 철저히 관리하면서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암호화폐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하는 것이 중국의 정책방향이라는 것이다.


이에따라 우리나라도 시급히 암호화폐 관리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한중섭 체인파트너스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정책을 근거로 국내 규제 당국 입장을 정당화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해석"이라며 "중국은 자국 기업을 해외로 내보내 디지털 자산(암호화폐) 잠재력을 시험하고 채굴기업 등과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는 한편 홍콩을 일종의 디지털 자산 특구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욱 대표 역시 "미국이나 유럽 정부가 망설이던 상황에서 암호화폐를 막아두던 중국이 관리해서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으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전향적으로 나섰다"며 "한국도 암호화폐에 대한 위험을 관리하면서 양성화하는 방향으로 서둘러서 움직여야 하는데, 여전히 방치하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jjoony@fnnews.com 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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