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휘말리고 기업이미지 떨어지고… ‘유사 상표’ 주의보

일본의 국민과자 '우마이봉'과 유사한 명칭을 상표등록 한 국내업체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또 의류업체와 국내 굴지의 유통업체가 상표 명칭을 두고 법적다툼을 벌이고 있다. 상표권 분쟁은 기업의 사업 방향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유사한 상표로 인한 분쟁으로 사업이 위축받지 않도록 기업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우마이봉-우마이몽' 유사 상표?

7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허법원 4부(윤성식 부장판사)는 봉제 제품 제작업체 토이스토리가 일본업체 리스카 주식회사를 상대로 "특허심판원의 심결을 취소해 달라"며 낸 상표등록무효 확인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우마이봉은 '도라에몽'과 닮은 캐릭터가 그려진 포장지에 담긴 길쭉한 원통형 모양의 과자다. 제과업체인 리스카가 일본 내 상표권자다.

리스카는 국내 과자 도매업체인 A사에 우마이봉 캐릭터 상표권에 대한 한국 내 통상사용권을 2017년 1월 부여했다. 양사가 체결한 계약서에는 '선사용표장과 동일·유사한 표장으로 상표출원을 해선 안 된다'는 내용이 적혔다.

A사는 이후 토이스토리와 국내 우마이봉 캐릭터 상품사용화 계약을 체결했다. 토이스토리는 캐릭터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인형이나 가방 등의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업체다.

그러나 A사와 토이스토리 간 계약과정에서 과거 토이스토리가 '우마이몽'이라는 상표를 출원해 2013년 5월 등록받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에 리스카는 "우마이몽의 상표등록은 무효로 돼야 한다"며 2017년 11월 특허심판원에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했다.

이에 토이스토리 측은 "두 상표는 호칭에 차이가 있고, 외관 및 관념에 있어서도 서로 구별된다"며 "우마이몽은 선등록상표의 신용력과 고객흡인력에 편승해 부당한 이득을 얻으려 하는 부정한 목적으로 등록된 상표가 아니다"고 맞섰다.

그러나 특허심판원은 리스카의 손을 들어줬고 토이스토리는 특허법원에 불복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특허심판원이 내린 심결이 옳다고 봤다. 재판부는 "우마이몽과 우마이봉은 전체적인 청감이 유사하다"며 "동일·유사한 지정상품에 함께 사용될 경우에 일반 수요자로 하여금 출처의 오인·혼동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두 상표의 지정상품도 인형류로 동일·유사하다고 판시했다.

■"상표 선택 단계서 신중해야"

이번 사건의 쟁점은 두 등록상표의 관계가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7호에 해당하는 지 여부다. 이는 선출원에 의한 타인의 등록상표와 동일·유사한 상표로서, 그 지정상품과 동일·유사한 상품에 사용하는 상표는 등록받을 수 없다는 규정이다.

상표권 분쟁은 기업의 사업 방향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중요한 이슈로 자리매김 했다.

앞서 의류업체 노브랜드가 이마트를 상대로 청구한 상표등록 일부 무효심판에서도 특허심판원은 "호칭이 동일 또는 유사하고, 지정상품이 동일 또는 유사하다"며 이마트가 보유한 의류 품목의 '노브랜드' 상표권 등록을 무효화했다.

전문가들은 상표권 분쟁을 피하기 위해서는 상표 선택 단계에서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허법인 대아의 이소정 변리사는 "기업들이 특정 지정상품으로 상표를 출원 등록했더라도 브랜드가 커지면 상품의 폭이 확장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상표권자와 분쟁이 생기게 된다"며 "새로운 상표를 선정하는 단계에서 사업 확장을 고려해 여러 분야에 등록하기 용이한 단어를 선택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e-mail] 이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