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기업 되느니 파산하라"… 中, 경기침체에 '체질 개선'
2019.11.07 18:08
수정 : 2019.11.07 18:08기사원문
저성장과 과다부채, 무역전쟁까지 겹치면서 기존 방식을 유지할 수 없는 데다 파산 처리 이후 기업 재건에 나서는 것이 시장에 더욱 효과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현지시간) 중국 내 파산신청이 최근 들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파산에 대한 인식이 사뭇 달라졌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파산보호 절차는 미국연방 파산법을 기초로 만든 것으로 부실기업의 채무이행 중지 및 자산매각을 통한 경영정상화라는 점에서 한국식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와 비슷하다.
WSJ에 의하면 중국 정부는 2015년 이후 파산 문제를 다루는 법원을 대폭 확대하고 올해까지 전국적으로 90곳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파산신청 건수는 280억달러(약 32조원)의 빚을 지고 국영기업 역사상 최악의 파산을 맞은 보하이철강을 비롯해 1만9000건으로 2년 전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다. 푸젠성 샤먼시 법원의 경우 2016년 중반까지 약 10년간 파산기업 처리건수가 80건에 못 미쳤지만 2018년 한해 동안 96곳의 파산기업을 처리했다.
이른바 '국가자본주의'를 지향하는 중국은 기업관리 면에서 시장원리보다는 일자리와 사회안정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 결과 외부 지원 없이 자력갱생이 불가능한 좀비기업들에 대출과 보조금을 내주며 일자리 보존에 힘썼다.
현재 중국에서 파악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산하 국영 좀비기업은 각각 약 2000곳, 1만곳에 달한다.
중국 시장정보업체 윈드에 따르면 중국 내에 아직 회수되지 않은 은행대출은 17조달러 규모로 추정되며 이 중 1.81%가 회수불능 상태다. WSJ는 해당 비율이 실제보다 축소됐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2007년 공식적으로 파산법을 제정했지만 대량실업에 대한 우려 때문에 실제 신청이 들어오더라도 대부분 기각하곤 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경제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바뀌었다.
다국적 구조조정 컨설팅업체 알바레즈앤드마셜(A&M)의 론 톰슨 전무이사는 당국이 "경기둔화와 향후 부실기업들의 생존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인지했고 이를 다룰 수 있는 방식을 찾게 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미국과 무역전쟁까지 겹치면서 상황이 심각해졌다.
중국 최고인민법원의 두완화 자문위원회 부주임은 관영매체에 낸 기고문에서 미국의 보복관세로 파산기업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며 "비가 오기 전에 집을 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인민은행 등 13개 주요 부처는 지난 7월부터 국영 좀비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WSJ는 중국 정부가 체질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정부에서 파산기업 처리속도를 높이기 위해 판사에게 더 많은 목표량과 재량권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남부 후난성의 경우 판사 평가에서 파산기업 처리 1건을 민사사건 30건과 동급으로 취급해준다. 아울러 중국의 왕성한 온라인거래 문화 덕분에 법원은 알리바바의 타오바오망을 통해 기업 자산을 경매하거나 매각하기도 한다.
한편 WSJ는 중국 정부가 변화를 주고 있으나 여전히 파산 심사 과정에서 대규모 소액투자자들을 감안해 채권자보다 주주의 입장을 우선으로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