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개혁나선 라가르드…통화정책 회의방식 확 바꾼다

      2019.11.11 16:44   수정 : 2019.11.11 16:4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집행이사회 운용 방식 개혁에 나섰다. 총재의 독단적이고 자의적인 이전까지의 통화정책 운용방식을 접고 19개 회원국 중앙은행 총재들의 의사가 더 잘 반영되도록 할 것으로 보인다. 강력한 리더십으로 ECB를 좌지우지했던 마리오 드라기 전 총재의 운용 방식이 한계를 드러낸데 따른 조처다.

특히 드라기 전 총재가 지난 9월 추가 금리인하와 양적완화(QE) 재개를 결정하면서 표결도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한데 따른 내부 불만이 라가르드 총재의 운신의 폭을 좁힘에 따라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추가 통화완화를 위해서라도 드라기 전 총재로부터 이달초 ECB호의 키를 넘겨 받은 라가르드 총재로서는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을 다독이며 자신의 정책방향이 서서히 먹혀들도록 하는 방법을 택할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현지시간) 소식통들을 인용해 라가르드가 ECB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집행이사회 운용 방식 개혁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라가르드는 1일 취임과 동시에 집행이사회 위원들로부터 ECB의 내부 논의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의견을 듣고 있다. 13일 취임 뒤 첫번째 집행이사회에서 이 문제가 논의된다.

집행이사회에 소속된 19명 중앙은행 총재들 가운데 4명은 13일 회의에서 미국 방식처럼 통화정책 회의 때마다 정기적으로 표결을 진행하고 통화정책 회의 이전에 총재가 통화정책 방향을 먼저 공개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FT에 밝혔다. 약 6주 간격으로 연간 10차례 열리는 집행이사회의 통화정책 결정회의에서 표결 여부는 지금은 총재 재량에 달려 있다. 총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표결을 하고, 총재가 다수의 의견이라고 판단하면 표결 없이 정책을 결정해 발표하는 식이다.

ECB 집행이사회의 불만은 드라기가 재임중 통화정책 논의를 어떻게 진행했는지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9월 금리인하와 추가 통화완화가 결정될 때에도 집행이사회의 약 3분의1이 반대했지만 표결은 없었다. 드라기 전 총재는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통화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확실한 다수'여서 표결이 필요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옌스 바이트만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 등 통화완화에 반대한 이들은 특히 드라기 전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금리인하와 2조5000억유로 규모의 채권매입 프로그램 재개에 관해 자신들까지 슬쩍 묻어가도록 한 점에 분노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ECB의 최고 의사 결정기구인 집행이사회는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19개 회원국 중앙은행 총재들과 라가르드 총재를 포함한 집행이사회 위원 6명으로 구성돼 있다. 집행이사회 위원은 이에따라 모두 25명이다. 표결권도 1년 단위로 갈리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와 달리 ECB 집행이사회 표결권은 월별로 갈린다. ECB 총재, 부총재를 비롯한 각 중앙은행 총재가 아닌 집행이사회 위원 6명만 항구적인 표결권을 갖는다.

그러나 ECB는 2015년 이후 통화정책 회의에서 거의 표결을 하지 않았고, 짤막한 성명만 발표했지 개별 위원들의 찬반 여부 등 세부내용은 공개하지 않아왔다. 한 집행이사회 위원은 "우리는 더 개방적이고 합의에 도달하도록 하려는 논의를 원한다"고 말했다. 라가르드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프랑스 재무장관을 지낸 자신의 정치적 경력을 바탕으로 ECB내 분열을 봉합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 ECB 총재에 내정된 뒤 그는 "팀웍을 토대로 임기를 시작하려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라가드르가 팀웍을 내세우게 된 것은 ECB의 내부 분열로 더 이상은 추가완화가 힘들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9월 회의 뒤 드라기 전 총재의 자의적인 통화정책 결정에 불만을 품은 바이트만 총재 등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나타내는 등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하면서 내부 통합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한편 정기적인 통화정책 표결 논의는 2013년에도 있었다고 FT는 전했다.
당시 베누아 퀴리 ECB 집행위원이 표결 기록까지 공개하는 것에 대해 논의가 있었지만 유야무야 됐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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