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아이를 찾아… 그들의 이름은 '엄마'

      2019.11.11 17:22   수정 : 2019.11.12 09:25기사원문
최근 '원조 여전사' 린다 해밀턴이 영화 '터미네이터:다크 페이트'로 복귀하면서 할리우드 여전사의 나이대를 60대로 쑥 끌어올렸다. 국내에서도 여배우들의 연기 수명이 늘고 있다. 11월, 4050대 여배우가 주연작을 들고 스크린 복귀한다.

데뷔 36년 된 김희애(52)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 '윤희에게'로 관객을 만난다. 데뷔 30년을 앞둔 이영애(48)는 영화 '친절한 금자씨' 이후 무려 14년 만에 '나를 찾아줘'로 복귀한다.


■"배역의 크기보다 시나리오의 설득력"

김수현 드라마 작가가 ‘모범생’이라고 평가한 김희애는 늘 야무진 이미지로 기억된다. “아주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 때론 매력이 없다 싶을 정도로 완벽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데 한편으로는 그래서 그 친구에게 배역이 가면 늘 안심해도 된다”고 김 작가가 말했듯, 김희애는 늘 맡은 배역을 ‘똑순이’처럼 소화해냈다.

2014년 장안의 화제가 된 드라마 ‘밀회’에서는 무려 19살 연하 유아인과 파격 멜로를 선보이며 자신의 저력을 입증했다. 그는 단아한 자태로, 도발적이지 않은 듯 도발적 행보를 보였다. 14일 개봉하는 ‘윤희에게’도 겉보기에 아주 잔잔한 영화다. 그 수면 아래를 들여다보면 뜨거운 감정이 숨어 있다.

이혼한 엄마 윤희(김희애)와 단둘이 살던 딸 새봄(김소혜)이 우연히 엄마의 첫사랑을 알게 되고, 설원이 아름다운 일본의 소도시로 모녀 여행을 계획한다는 점에서 로드무비면서 멜로드라마고 또 성장드라마다. 임대형 감독은 ‘엄마’ 역할로 김희애를 캐스팅한 이유로 “윤희를 전형적인 한국의 어머니상이 아닌, 인격과 개성, 자기 취향을 가진 한 사람으로 그리고 싶었고, 특별한 존재감과 카리스마를 가진 김희애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김희애는 “저를 처음으로 선택하고 떠올려준 게 너무 고맙고 기분 좋은 일”이라며 영화 속 동성애 설정은 크게 개의치 않았단다. “세상에는 다양한 삶이 있잖아요. 딸과 함께 떠난 따뜻한 여행이면서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이랄까요. 소재의 압박은 크지 않았습니다. 20년만의 재회 신에서 그 농축된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지는 고민이 컸습니다.”

자신을 모범생이라기보다 ‘허당’이라고 밝힌 그는 늘 감사한 마음으로 살려고 한단다. “운이 좋아 아직 주연으로 활약하는데, 좋은 작품에 참여할 수 있다면 배역이 크기는 중요치 않아요.” 배우로서의 장수 비결을 물어봤다. “일을 놓치지 않고 계속하는 것도 비결 같아요. 작품 덕분에 더 미용과 건강에 신경 쓰게 되죠.”

김희애는 하루하루에 충실한 삶을 살려고 애쓴다. “제 일상은 정말 지루하고 단순합니다. 청소·요리하고, 운동·공부를 합니다. 요즘은 피아노를 배웁니다.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배우잖아요. 충실한 일상이 차곡차곡 쌓여 제 삶의 원동력이 된 거 같아요.” 차기작은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다. 14일 개봉

■ "이왕이면 선한 영향 주는 영화"

"늦게 결혼해 한동안 육아에 집중하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는 이영애는 아직도 남아있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벗고 스릴러로 돌아온다. 실종된 아들을 찾아 나선 강인한 엄마 역할을 맡았다. 영화는 6년 전 아들을 잃어버린 정연(이영애 분)이 낯선 곳, 낯선 이들 속에서 자신의 아이를 찾아 나선다는 이야기다. 연출을 맡은 김승우 감독이 "12년 전, 늘 지나 다니던 길에서 실종 아동을 찾는다는 현수막을 보고 충격을 받아 며칠 아픈 뒤 운명적으로 쓴 시나리오"다. 27일 국내 개봉에 앞서 제44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 초청됐으며, "촘촘하게 짜인 각본과 예측하기 힘든 반전으로 가득 찬 영화"라는 호평을 받았다.

이영애는 스크린 복귀작으로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로 "대본이 촘촘하고 완벽했다"며 "스릴러지만 따뜻했고, 작품 속에 담긴 인간애가 아주 큰 감동을 줬다"고 말했다. "'친절한 금자씨'의 금자도 아이를 둔 엄마였죠. 그때와 가장 큰 차이는 제가 진짜 엄마가 됐다는 겁니다. 인물의 감정을 더욱 입체적으로 느끼고 표현할 수 있었죠."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바닷가에서 진행된 수중 촬영은 김 감독에게 '감동의 순간'으로 기억된다. "바닷물이 밀려와 배우와 스태프의 얼굴까지 차오르는데, 모두가 두려워하지 않고, 한곳을 보며 나아갔습니다. 현장은 매우 뜨겁고도 차가웠죠. 그 순간을 지금도 잊기 힘듭니다." 이영애는 '나를 찾아줘'가 '친절한 금자씨'처럼 자신의 연기 경력에 전환점이 돼줄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우리가 살면서 잊지 말고 지켜야 하는 어떤 소중한 가치를 담으려 한" 이 영화는 출산 후 달라진 자신의 작품 선택 기준에도 부합했다. "엄마가 된 지금은 제가 출연한 작품이 세상에 좀 더 선한 영향을 주길 바랍니다.
우리 아이들이 좀 더 나은 세상에 살면 좋겠습니다." 27일 개봉.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