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불명예 퇴진… 14년 좌파정권 끝나
2019.11.11 17:55
수정 : 2019.11.11 17:55기사원문
■원주민 출신 첫 대통령, 몰락 자초
10일(현지시간) 모랄레스 대통령은 현지 TV 연설을 통해 "대통령 직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하고 의회에 사의를 전달했다.
■'핑크 타이드' 붕괴하나 초긴장
볼리비아 최초로 원주민 출신 대통령인 그는 집권 초기엔 천연가스 시설을 국유화 하는 등 빈곤 해소에 기여해 인기가 높았다. 재임 시절 그는 볼리비아의 경제성장률 4%대를 유지하면서 2014년 국민총생산(GDP)를 3000달러 대까지 끌어올리는 등 많은 공을 세웠다. 2000년대 초반부터 중남미를 휩쓸었던 '핑크 타이드' 정권들이 퇴조하는 가운데에도 모랄레스의 지지기반은 굳건했고 마지막 핑크 타이드의 아이콘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점차 장기 집권에 대한 욕심을 드러내면서 스스로 퇴락의 길로 들어섰다.
모랄레스의 퇴진에 인접국가인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과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차기 대통령,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전 브라질 대통령 등 중남미 좌파 지도자들은 이번 사건을 '쿠데타'로 규정하고 비난하며 모랄레스와 연대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멕시코는 모랄레스 대통령에게 망명을 제안하기도 했다. 반면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만이 "쿠테타라는 말은 좌파가 무너질 때 많이 쓰이는 말"이라며 퇴진을 반겼다.
CNN은 중남미 국가 좌파 수장들의 이러한 비난은 볼리비아의 혼란이 중남미 전체로 확산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모랄레스 대통령의 퇴진은 최근 중남미를 사로잡고 있는 불안한 정국에서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평하며 중남미의 지도자들이 경기 부진과 심화되는 양극화로 인해 들끓는 거리의 대규모 민심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분석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