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조 원금손실 가능 투자상품 시장 축소...고난도 투자상품 기준 논란 예고
2019.11.14 17:32
수정 : 2021.04.28 11:15기사원문
금융당국은 일반투자자에 대한 투자는 제한하되 전문투자자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자본시장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은행, 보험사를 중심으로 일반투자 시장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銀 비이자수익 감소 불가피
금융당국이 14일 발표한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보호 개선방안에 따라 관련 상품에 대한 불완전판매 우려는 어느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상품 설명의무나 녹취 등 판매 과정에 대한 소비자 보호가 강화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은 DLF 재발방지대책 일환으로 상품 청약 후 투자자가 상품의 위험성이나 구조 등을 고려해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투자자 숙려제' 적용범위 확대와 설명의무 등 판매절차 강화 방안 등에 대해 이미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부 요건과 적용범위가 확대 강화되는 측면이 있지만, 어느 정도 예상했던 내용"이라며 "고객보호 차원에서 여러 보완 장치를 둔다는 것은 현 시점에서 필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다만 개인 일반투자 시장은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일반 투자자가 접근하기 쉬운 은행이나 보험사에서 고난도 상품 판매가 금지되고 고령투자 연령과 최소투자금액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투자 접근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가장 마지막까지 고민한 부분은 은행에 대한 고난도 상품 판매 여부와 사모펀드 최소 투자액 기준을 3억원으로 높이는 부분이었다. 그만큼 일반 금융소비자의 금융접근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며 "금융사 경영진 제재와 같은 법률 개정이 필요한 부분의 경우 늦어도 내년 3월까지 마련하는 게 목표지만 그 이전까지 행정지도 등을 통해 보완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은행과 보험사 판매 금지대상인 고난도 상품에 대한 기준은 논란이 될 수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고난도 상품은 가치평가방법 등에 대한 투자자의 이해가 어렵고 최대 원금손실 가능성이 20~30%인 상품이다. 원금이 보장안되는 파생결합증권 대부분과 일부 파생상품이 우선적으로 해당된다. 지난 6월 말 기준 이들 상품의 규모는 74조4000억원이다. 대신 파생상품이 내재되지 않은 주식이나 채권 및 장내파생상품은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에 해당되지 않는다.
김태현 금융위 사무처장은 "고난도 상품은 DLF와 같이 상품 구조를 쉽게 알 수 없는 상품으로 지수, 옵션 등을 연계하는 방식으로 손익구조가 쉽지 않은 상품으로 금융사가 판단하되 판단 상 논란이 있을 경우 소비자로 구성된 위원회를 통해 판단하겠다"며 "구체적인 판단 기준은 행정지도, 금투협회 규정 제정시 제시하고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고난도 투자상품으로 분류되는 사모펀드·신탁의 은행·보험사 판매를 제한한다고 했는데, '고난도'라는 개념이 다소 생소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해당 금융사의 수익 감소도 우려된다. 은행권의 이자수익에 대한 비판과 한계로 인해 비이자수익 창출이 중요시 되고 있는데, 이 같은 제도개선으로 비이자수익 동력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당국, 경영진 제재 가능할까
금융당국은 일반투자자 최소투자금 자격요건을 3억원으로 강화하더라도, 전체 사모펀드 중 개인판매 비중은 올해 9월 기준 6.6%(25조7000억원)로 전체 사모펀드 투자 영향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요건 강화에 따라 사모펀드에 직접 투자하지 못하는 일반투자자의 경우, 사모투자 재간접펀드를 통해 간접적인 투자기회가 제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당국은 전문투자자 육성을 통한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를 위해 개인전문투자자 제도의 개선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대형사고 발생 시 CEO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선 금융사 지배구조법이나 금융소비자보호법 등 법안 마련이 필요하다. 지배구조법은 CEO, 준법감시인·위험관리책임자에 대해 관리의무를 부여해 관리·감독 소홀로 다수 금융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면 제재 조치를 하는 내용이다. 또 금소법은 징벌적 과징금을 수입의 최대 50%까지 도입하고 금융상품 판매시 적합성, 적정성 원칙을 위반한 경우 최대 3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을 비롯 청약철회권, 판매제한 명령권 도입 등이 담겨있다.
하지만 이들 법안에 대해선 내년 3월까지 개정을 해야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현재 DLF피해자들의 경우 관련 법안이 없는데다 제재 근거도 불명확해 CEO 등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해당 피해자에 대한 구제 조치는 내달 시행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