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과 서울의 초겨울 밤을 달구는 '이집션' 공연
2019.11.16 00:01
수정 : 2019.11.16 00:00기사원문
■뉴욕 오페라 관객 사로잡은 이집트 파라오.. 오페라 '아크나텐'
세계 최고의 오페라단으로 꼽히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링컨센터에서 필립 글래스의 오페라 '아크나텐'을 초연으로 올린다.
1937년 미국 볼티모어에서 태어나 시카고 대학교에서 수학과 철학을 공부한 뒤 피바디 음악원과 줄리어드 음대에서 플루트와 작곡을 공부한 필립 글래스는 미국의 미니멀리즘 클래식을 이끄는 현존하는 최고 인기 작곡가다. 그는 앙상블을 위한 클래식 음악을 비롯해 오페라를 작곡했으며 1999년에는 영화 '트루먼쇼'의 OST로 골든 글로브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작품 '쿤둔'을 비롯해 박찬욱 감독의 영화 '스토커'의 영화 음악작업에 참여했다.
그가 작곡한 오페라 작품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초상화 시리즈 3부작이다. 세상을 무력이 아닌 사상의 힘으로 변화시킨 3인을 다루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된 연작이다. 그는 1976년 '해변의 아인슈타인'을 선보인데 이어 1980년 '샤티아그라하'를 거쳐 1984년 마지막 작품인 '아크나텐'을 작곡했다.
글래스는 이번 공연을 앞두고 메트 오페라 측과의 인터뷰에서 "아인슈타인이 과학으로 세상을 바꾸고자 했다면 간디는 정치, 아크나텐은 종교를 통해 변화를 꿈꿨던 인물이다"라고 설명했다.
초상화 시리즈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아크나텐'은 기원전 1353년 이집트의 파라오 자리에 오른 아멘호테프 4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다신교 사회 속에서 집권층인 사제들의 횡포로 혼란스러운 이집트를 변화시키기 위해 태양신 아톤만을 유일신으로 내세우는 종교 개혁을 일으키기로 결심한 아멘호테프 4세는 자신의 이름을 '아톤의 살아있는 영혼'이라는 뜻인 '아크나텐'으로 바꾸고 왕권 강화를 위해 수도를 테베 북쪽의 아케타톤으로 옮기는 개혁을 시도한다. 그의 개혁은 처음엔 성공한 듯 보이지만 20년을 넘기지 못하고 수구 사제 세력의 저항에 못 이긴채 스러진다. 아크나텐의 아들인 소년왕 투탕카멘은 아버지가 세운 아톤의 신전을 복구하려하지만 아크나텐의 흔적을 역사 속에서 지우려는 수구 세력들의 반발에 부딪힌다. 폐허로 변해버린 아케타톤은 수천년이 지나 관광지가 되어버리고 무심한 관광객들 속에서 아크나텐과 네페르티티 왕비의 망령이 나타나 노래를 부르며 마무리된다.
이번 오페라에서 주인공인 아크나텐 역에는 카운터 테너인 앤서니 로스 코스탄조가 캐스팅됐다. 코스탄조는 지난 2009년 메트 오페라 오디션의 최종 우승자로 주목받은 이후, 2012년 플라시도 도밍고 국제 성악 콩쿠르에서 영예의 1위를 차지했고 리처드 터커 재단의 커리어 지원금을 수여하는 등 미국을 휩쓴 신성이다. 이집트 최고의 미녀라고 알려진 아크나텐의 아내 '네페르티티' 역에는 메조 소프라노 즈나이 브릿지가 맡았다. 연출은 펠림 맥더모트가 맡았으며 지휘는 캐런 카멘섹, 안무는 션 간디니가 맡았다.
맥더모트 연출은 "중성적인 코스탄조의 음색을 통해 파라오를 인간이 아니라 현신으로 생각했던 당대의 모습을 드러내고 싶었다"며 "이번 작품을 통해 이집트의 사후세계에 대한 상상과 그들이 믿었던 대로 인생에서 평행하게 이뤄지는 일들에 대해 이야기로 풀어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션 간디니 안무 감독은 "고대에서도 있었던 저글링을 안무에도 넣었다"며 "고대 이집트의 상형 문자에서 볼 수 있는 이미지를 무대 위에서 음악적인 대사들과 함께 생동감 있게 부활시켰다"고 설명했다.
공연은 다음달 7일(현지시간)까지 오른다. 뉴욕을 찾는 이들에게는 라이브로 볼 수 있는 기회가 6번 남았다. 하지만 라이브로 볼 수 없다 해도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메트 오페라는 23일 라이브 공연을 녹화해 전세계의 관객들이 즐길 수 있도록 '라이브 인 HD' 시리즈로 제작한 뒤 전세계 70개국 라이센스 계약을 맺고 있는 영화관 2200여개를 통해 상영할 예정이다.
■한국에서 보는 마지막 오리지널 프로덕션 버전.. 뮤지컬 '아이다'
한국의 서울 한강진에 자리잡은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는 뮤지컬 '아이다'가 오른다. 미국 디즈니 씨어트리컬 프로덕션이 제작하고 팝의 거장 엘튼존과 뮤지컬 음악의 전설 팀라이스가 탄생시킨 브로드웨이 뮤지컬 '아이다'는 1998년 애틀랜타, 2000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래 2005년 서울에 상륙했다. 이후 2010년과 2012년 2016년 네번의 시즌을 거친 뮤지컬 아이다는 이번에 다섯번째 시즌을 그랜드 피날레로 끝을 맺는다. 원제작사인 디즈니 씨어트리컬 프로덕션이 이번 공연을 끝으로 각색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바이벌 프로덕션' 전 '오리지널 프로덕션' 공연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이 작품은 오페라 '아크나텐'과 마찬가지로 액자식으로 구성돼 있다. 현대 박물관 고대 이집트관에서 시작돼 과거로 여행을 떠나는 방식이다. 박물관에 박제가 된 채로 전시된 이집트의 여왕 암네리스가 갑자기 살아 움직이면서 기원전 3000여년 전 이집트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토 확장에 혈안이 된 이집트가 주변 국가를 상대로 전쟁을 한창 벌이던 시기, 이집트의 선봉장 라다메스 장군이 이웃나라 누비아에서 여성 포로들을 데려온다. 포로의 신분이지만 고귀하고 용감한 성품을 가진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의 모습에 라다메스는 반하게 되고, 아이다도 적국의 장군을 사랑하게 된 자신의 처지에 혼란스러워한다. 라다메스의 약혼자이자 이집트의 공주인 암네리스 역시 두 사람의 사이를 눈치채고 괴로워한다.
이번 그랜드 피날레 공연의 주인공 아이다 역에는 윤공주와 전나영이 캐스팅됐으며 라다메스 역에는 김우형과 최재림, 암네리스 역에는 정선아와 아이비가 캐스팅됐다.
고대와 현대를 넘나드는 설정에 이집트 최고의 패셔니스타 암네리스 캐릭터 등 화려한 의상과 무대, 조명이 빛을 발하는 공연이다. '빛의 뮤지컬'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 작품은 900개의 고정 조명과 90대의 무빙라이트를 활용해 이집트 나일강변의 불타는 저녁 노을과 푸른 나일강의 물결을 아름답게 구현하기로 유명하다.
2010년 재연부터 암네리스로 분해 2012년 시즌에 이어 마지막 시즌에 합류하게 된 배우 정선아는 "아이다는 제 인생에 있어서 큰 선물과도 같은 작품"이라며 "이제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연습 중에도 자꾸 눈물이 날 정도지만 책임감을 갖고 무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