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사와 안나가 성장했듯, 성장한 관객들을 위한 '겨울왕국2'

      2019.11.19 17:09   수정 : 2019.11.19 17:0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손바닥으로 얼음 ‘장풍’을 쏘던 엘사가 돌아왔다. 이번에는 드레스를 벗은 레깅스 차림으로 거친 파도에 맞서 서퍼의 면모도 뽐낸다. 야생마처럼 생긴 물의 정령을 길들인 그는 이제 말을 타고 푸른 하늘을 달린다.



속편은 늘 1편의 기대치를 감당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렛잇고’ 열풍을 일으킨 ‘겨울왕국’의 속편이 5년 만에 돌아왔다.
디즈니 공주 애니메이션의 전형성을 깬 이 작품은 시대의 변화에 발맞춘 여성 중심의 서사와 왕자와의 사랑보다 자매애를 우선시한 드라마로 세계 소녀 팬들의 마음을 제대로 훔쳤다.

남의 시선에 맞춰 자신의 본모습을 감추기보다 혼자 외롭더라도 자유롭게 살겠다는 엘사의 자유선언은 그야말로 남녀노소 모두의 가슴에 용기를 불어넣었다. 울라프와 스벤 등 사랑스런 캐릭터들의 재롱과 중독성 강한 뮤지컬 넘버까지 ‘겨울왕국’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새장을 열어젖혔다.

‘겨울왕국2’는 전편에 이어 두 자매의 새로운 모험담을 다룬다. 아렌델 왕국의 여왕이 된 엘사가 동생 안나와 눈사람 울라프, 안나의 남자친구 크리스토프, ‘반려 순록’ 스벤과 함께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던 중 의문의 목소리를 듣게 되고 연이어 아렌델 왕국에 자연재해가 닥친다. 엘사와 안나 자매는 왕국의 평화를 지키기 위한 새로운 모험에 나선다.

엘사와 안나의 자매애는 여전히 돈독하다. 안나는 자신에게 프러포즈를 준비하는 크리스토프의 마음은 눈치 못 채고, 이번에도 언니 걱정이 먼저다. 둘은 함께 혹은 각자 그들 앞에 닥친 시련에 용기 있게 맞서며, 결국 자신의 본모습에 맞는 삶의 형태를 찾는다.

‘마법의 숲’의 비밀을 찾기 위한 이번 여정은 전편에 비하면 웃음기가 많이 줄었다. ‘렛잇고’를 이을 중독성 강한 넘버도 1편에 비하면 약하다. 물론 ‘인투더 언노운’ ‘쇼 유어셀프’ 등 시적인 가사와 아름다운 선율로 마음을 어루만지는 노래는 있다.

더욱 성숙한 모습으로 돌아온 엘사와 안나는 여전히 아름답고 활기차다. 특히 엘사가 트레이드마크와 같은 푸른 드레스를 벗고, 바지 차림으로 거친 파도에 맞서는 장면은 스펙터클한 장관을 연출한다.

스크린에 재현한 노르웨이, 핀란드, 아이슬란드 등 북유럽의 자연풍경도 아름답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또 다른 메시지로 담아낸 속편의 주제와 잘 어울리는 풍광이다. 불의 요정 ‘브루니’도 새로 등장한다. 울라프의 등장만큼 강력하지 않으나, 브루니도 나름 귀엽다.

무엇보다 숲의 비밀을 찾아 나선 여정이 엘사가 왜 마법의 능력을 갖고 태어났는지 그 이유와 연결된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1편과 2편이 합쳐져 비로소 하나의 이야기가 완성된다”는 크리스 벅 감독의 말대로 ‘겨울왕국2’는 전편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결말로 이번 속편이 탄생한 이유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두 자매가 전편에 비해 각자의 정체성에 더 잘 맞는 길을 찾아간다.

1편의 OST를 작곡한 크리스틴 앤더슨-로페즈는 이번 작업을 하면서 “엘사와 안나가 성장했듯, 실제로 성장한 딸들에게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아이들이 부모의 보호 없이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할 나이가 되면서 우리도 새로운 부모의 단계를 맞이하는데, 그런 변화를 이번 작업에 반영했다”고 부연했다.


누구나 부모나 친구의 도움 없이 홀로 망망대해로 나가야 할 때가 있다. 이번 속편에서 엘사는 자신을 집어 삼킬 듯한 파도 앞에 홀로 서고, 안나 역시 소중한 이를 잃은 절망적 순간에도 눈물을 닦은 뒤 자신을 믿고 다음 걸음을 내딛는다.
‘겨울왕국’이 나온 지 5년, 그 사이 1편을 본 관객이 성숙했듯이 엘사와 안나 역시 이번 여정을 통해 더욱 성숙한 모습을 보여준다. 21일 개봉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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