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신뢰장성' 쌓은 한국기업… 내년에 결실 맺나

      2019.11.19 17:13   수정 : 2019.11.19 19:07기사원문
【 베이징=조창원 특파원】 중국 내 경영환경이 악화된 가운데 한국 기업들이 올해도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분야에서 최고 평가를 받아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 국무원 직속 연구기관인 사회과학원이 매년 발표하는 '중국기업사회책임 발전지수'에서 한국 기업들이 외자기업 가운데 유별나게 우수한 성적표를 내는 것을 두고 궁금증을 자아낸다. 사드보복 외에도 중국 내 사업 철수 등 경영환경이 악화일로를 걷는 와중에도 한국 기업들의 중국 내 기업의 CSR 활동은 거침없다.

중국 전문가들은 외자기업에 대한 중국의 대외정책이 내년부터 큰 변화를 맞을 것으로 내다보면서 한국 기업들의 중국 내 신뢰쌓기가 빛을 발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영 고전에도 CSR 기여 압도적

국내 기업들은 CSR을 평가하는 여러 기준에서 두루 돋보였다. 삼성전자, 현대차, LG, 포스코가 외자기업 가운데 1, 2, 4, 5위를 기록했다. 중국 기업을 포함한 전체 순위에서도 삼성은 2위를 차지했다.

국가별 평균 점수 면에서도 압도적으로 앞선다.
한국 85.5점, 대만 64.8점, 일본 23점, 독일 15.9점, 스위스 13.5점, 미국 9.9점 순으로 조사됐다. 한국 기업의 평균 점수는 85.5점으로 전체 외자기업 평균 점수인 17.9점보다 무려 70점 가까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업종별 순위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특히 삼성, 현대차, LG, 포스코뿐만 아니라 중국 시장 진출에 적극 나선 다른 한국 기업들도 선전했다. 현대차가 자동차기업 부문 4년 연속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석유화학 분야에선 중국 기업인 중국석화에 이어 LG화학이 2위를 기록했다. 기계설비 분야에서는 두산이 1위를 차지했다. 아모레퍼시픽도 2위 업체와 무려 15점차 이상으로 해당 업종 내 1위를 기록했다.

■내년 中제도 변화 대비 유리한 고지

한국 기업들이 중국 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도 CSR에 집중하는 것을 두고 의아해하는 시선도 있다. 그러나 지속가능경영을 근간으로 하는 CSR의 취지가 당장의 수익에 직결된 문제가 아니라 고객가치를 통한 기회 확장과 경영리스크 관리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한국 기업들이 CSR 활동을 통해 중국 소비자에게 쌓아온 신뢰가 빛을 발할 시점을 맞을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내년 중국 정부의 주요 외자기업 정책 변화가 전환점을 맞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중국 정부는 외자기업에 대한 문호개방뿐만 아니라 깐깐한 규제 적용 등 두 가지 이질적 성격의 경제정책을 가동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중국은 내년에 외국 기업들의 기업환경을 적극적으로 개선하는 외상투자법을 전면 시행하는 것을 비롯, 금융시장 개방을 준비 중이다. 외국기업엔 기회이지만 중국 정부와 소비자의 신뢰를 얻은 기업이 유리한 출발점에 설 수 있다.

그러나 내년 바뀌는 정책 가운데 외자기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제도는 기업 신용평가제도 도입이다. 중국 정부는 빠르면 내년부터 '사회신용시스템'을 이용해 14억 인구의 정보를 수집·분석하고 국내외 수백만 기업을 평가할 계획이다. 평가 결과에 따라 '블랙리스트'로 분류되는 기업은 낮은 이자로 돈을 빌리기 어려워지고, 수출입 관련 세금이 높아지는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아직 세부적 평가기준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외국 기업의 경우 사업계약과 CSR, 규정 준수, 공산당원 고용 규모 등이 평가대상이 될 전망이다. 매년 중국 정부가 발표해온 CSR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이 독보적 상위권을 기록해온 만큼 신용평점에서도 유리한 위치에 설 개연성이 높은 셈이다.


베이징 소식통은 "내년 중국의 기업 신용평가제도 도입을 앞두고 한국 기업들이 CSR에서 고득점을 유지, 새로운 제도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중국의 내수시장이 커지는 만큼 향후 세일즈포인트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다른 외자기업들이 부러워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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