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의 위기…사업소득 증가율,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최악'

      2019.11.21 12:00   수정 : 2019.11.21 12: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가구 사업소득 증가율이 지난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최저로 떨어지면서 자영업자들의 위기가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근로장려세제(EITC)와 같은 복지 정책으로 저소득 근로자 가구를 떠받치면서 전체 가구소득 자체는 소폭 늘었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의 위기가 해결되지 않으면, 전반적인 소득 증가세가 위축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3·4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결과’에 따르면 전체 가구의 사업소득 증가율(전년 동분기 대비)은 -4.9%를 기록하며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최악을 기록했다. 이와 함께 가구소득 상위 20% 가구 가운데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 가구(자영업자 포함)가 지난 2·4분기 28.1%에서 3·4분기 22.7%로 급감했다.
박상영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자영업황이 부진하다보니까 자영업자들이 아래 분위로 이동하거나 무직가구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시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1년 전보다 2.7% 늘어난 487만7000원이다. 소득 증가세는 1년 전(4.6%)과 전분기(4.2%) 대비 둔화됐다. 박 과장은 “근로소득이 4.8% 늘었지만 사업소득이 -4.9%를 기록하면서 전체적인 소득이 2.7% 늘어나는데 그쳤다”면서 “자영업황 악화가 가구소득 증가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타 소득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건 이전소득이다. 1년 전보다 8.6% 늘었다. 특히 정부나 공공기관으로부터 발생한 공적이전소득이 1년 전보다 19.7% 증가했다. 박 과장은 “정부에서 올해 3·4분기 들어 EITC를 시행하면서, 이번 조사에서 EITC 수혜를 받은 가구가 1~3분위에서 많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EITC는 일정 소득 이하의 근로 소득자를 대상으로 가구원 구성과 총급여액 등에 따라 산정된 근로 장려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이에 따라 월 평균 소득 하위 20%인 가구의 소득 증가율(4.3%)이 상위 20%(0.7%)의 소득 증가율을 넘어서기도 했다. 지난 2016년 이후 2017년 2·4분기를 제외한 모든 분기에서 하위 20%의 소득 증가율은 상위 20%를 넘긴 적이 없었다.

근로소득은 4.8% 증가하며 1년 전(4.5%)보다 증가세가 확대됐다.
하지만 하위 소득 20%인 1분위의 근로소득은 6.5% 감소했다. 다만 감소세는 1년 전(-13.9%)과 전 분기(-18.5%) 대비 개선됐다.
박 과장은 “상위에서 1분위로 떨어지는 자영업자들이 많아 근로 소득자 중 사정이 좀 나은 사람들은 2분위로 올라가고 있다”며 “1분위 근로소득이 마치 감소한 것처럼 보이지만 정부의 일자리 사업에 의해 저소득 근로자가구의 소득상황은 나아졌다”고 말했다.

ktop@fnnews.com 권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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