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만 있다? 극장가를 달군 해외 화제작
2019.11.25 17:07
수정 : 2019.11.25 17:08기사원문
12월 극장가, 겨울 추위를 잊게 할 화제작들이 격돌한다. 히트작의 속편, 스타 배우와 감독의 신작 그 어떤 작품을 선택해도 후회할 일은 없다. 개봉 4일만에 443만 관객을 모은 '겨울왕국2'을 필두로 두 편의 외화가 가세한다.
엘사의 활약은 전편보다 두드러진다. 엘사가 레깅스 차림으로 거친 파도에 맞서는 장면은 스펙터클한 장관을 연출한다. 스크린에 재현한 북유럽의 자연 풍경도 아름답다. 무엇보다 숲의 비밀을 찾아 나선 여정이 엘사가 왜 마법의 능력을 갖고 태어났는지 그 이유와 연결된다는 점이 흥미롭다. '겨울왕국2'는 전편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결말로 이번 속편이 탄생한 이유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두 자매는 속편에서 각자의 정체성에 잘 맞는 길을 찾아간다. '겨울왕국'이 나온 지 5년, 그 사이 1편을 본 관객이 성숙했듯이 엘사와 안나 역시 이번 여정을 통해 더욱 성숙해진다.
입술이 바짝바짝 마르고, 손에 땀이 난다. 클라이막스를 장식하는 레이싱 장면은 스릴이 넘친다. 레이싱의 끝에 무엇이 기다릴지 긴장을 놓칠 수 없다. '포드 v 페라리'는 자동차 기업 포드와 페라리가 세계 3대 자동차 레이싱 대회인 '르망 24시간 레이스'에서 자존심을 걸고 대결을 벌인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1960년대 포드는 '르망 24시간 레이스 6연승'의 주역, 페라리를 꺾기 위해 모터스포츠 영웅 캐롤 셸비(멧 데이먼)를 고용한다. 셸비는 미군 탱크 지휘관 출신 레이서 캔 마일즈(크리스찬 베일)를 영입한다. 하지만 포드 간부는 직설적인 성격의 마일즈를 탐탁치 않아한다.
'포드 v 페라리'는 레이싱 마니아가 아니라도 레이싱을 향한 두 남자의 열정에 동화하게 만든다. 특히 이 영화는 불가능에 도전한 두 남자의 인간 승리를 다루는데 그치지 않는다. 그들이 대기업 시스템 내 복잡한 역학관계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가 또 다른 재미로 다가온다. 늘 그렇듯 실화는 영화보다 극적이고, 적은 내부에도 있기 마련이다. 맷 데이먼은 과감한 전략가와 강단 있는 리더의 면모를 오가며 드라마의 완성도에 기여하고, 크리스천 베일은 마치 캔 마일즈가 살아 돌아온 것 같다. "자동차들의 섹시함, 레이싱의 위험과 함께 불편한 현실도 동시에 보여주고 싶었다"는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관객들에게 두 남자의 가장 특별한 순간을 함께한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12월 4일 개봉
제76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개막작인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프랑스 파리로 무대를 옮겨 까뜨린느 드뇌브, 줄리엣 비노쉬, 에단 호크와 함께 찍은 영화다. 히로카즈 특유의 가족영화 연장선상에 있다. 서양문화권 가족의 이야기라 감독의 국적과 상관없이 영화 속 문화와 사고방식은 서구적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영화는 전설적인 여배우 파비안느(까뜨린느 드뇌브)의 회고록 발간과 신작 촬영을 중심으로, 그녀의 가족과 일에 관한 이야기를 펼친다. 엄마 파비안느와 애증관계인 딸 뤼미르(줄리엣 비노쉬)는 미국 뉴욕에서 남편, 딸과 함께 오랜만에 엄마를 찾는다. 뤼미르는 엄마가 쓴 회고록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화를 내고 매니저 뤼크 역시 회고록에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하나도 없다는 것에 화를 내며 일을 그만둔다. 이 과정에서 엄마의 매니저 역할을 맡게 된 뤼미르. 파비안느는 이제 주변을 좀 챙기라는 젊은 남자 친구의 충고를 받아들이고, 동시에 과거 자신의 라이벌과 닮은 젊은 유망주와 모녀에 관한 영화를 찍으면서 자신에게 좀 더 솔직해진다. 허구를 진짜처럼 보이게 하는 연기자지만 막상 자신의 진심을 전달하는 데는 서툰 엄마 역할의 드뇌브는 극 안팎에서 76세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여배우의 존재감'을 과시한다. 이 영화는 모녀 간 화해의 드라마면서 '프랑스 영화의 산 역사인 드뇌브에 대한 송가'와 같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