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먹거리로 임산부 건강·농가소득에 기여"

      2019.11.25 18:46   수정 : 2019.11.25 18:46기사원문
'임산부들에게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를 주기적으로 배달해준다면 출산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고 농가 수익도 극대화할 수 있지 않을까. 이를 국가 예산으로 뒷받침한다면 효과가 더 크지 않을까.'

25일 만난 김종안 지역농업네트워크협동조합 이사장(사진)은 이런 아이디어를 머릿속에만 그리지 않고 국민참여예산제도를 통해 실현했다. 그가 제안한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지원사업'은 2020년 국민참여예산 제안사업 820건 중 가장 높은 호응을 얻었다. 현재 이 사업은 국회 예산 심사 논의 중이다.



김 이사장은 정부에 농업정책을 조언해주는 농업 컨설턴트다. 직업 때문에 평소 정부나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농업 정책에 관심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김 이사장의 이목을 사로잡았던 건 충청북도에서 실시한 '산모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 지원사업'이었다. 김 이사장은 "최근 인구 감소, 저출산이 중요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중앙정부 차원에서 이 사업을 확대 시행해 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아내가 임신했을 시절의 기억도 이 사업을 제안하게 된 계기가 됐다. 김 이사장은 "개인적으로도 아내가 아이를 가졌을 때 몸이 안 좋아서 외출을 거의 하지 못했다. 내가 대신 장을 보곤 했는데 아내 마음에 들지 않는 물건을 사 올 때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임산부들은 좋은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섭취하는 게 중요하지만 신체적 변화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농가소득을 올리는 데도 기여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다. 김 이사장은 "국가에서 이 사업을 위한 필요 예산 전액을 부담해줬으면 좋겠다는 게 나의 제안 내용이었다"며 "인구를 늘리는 것이 국가적 과제인데다가 친환경 농산물 소비를 통해 농가소득 증대에도 기여할 수 있는 만큼 국가가 충분히 부담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김 이사장은 국민참여예산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지방정부나 각 부처에서 신규사업을 확보하려면 아무리 뛰어난 사업이라도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국민들이 직접 제안하고 다른 국민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받으면 그 과정이 비교적 간단해진다"고 했다. 김 이사장이 보다 많은 사람들이 국민참여예산제에 참여하기를 바라는 이유다.

다음에 김 이사장이 제안할 국민참여예산 사업의 큰 주제는 '소셜 다이닝'이다. 그는 "도시지역에는 먹거리 취약 인구, 먹거리 사각지대가 많다"며 "이들이 특정 공간에 함께 모여 요리를 하고 식사도 같이한다면 단순한 먹거리 섭취 문제를 넘어서 공동체 활성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적 어려움만이 먹거리 취약 인구를 먹거리 사각지대로 몰아넣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먹거리 취약 인구가 될 수 있다. 김 이사장은 "은퇴 이후 식생활이 불안정해지고 영양 상태도 불균형해진 50~60대들이 많다"며 "신체적 건강뿐 아니라 우울증 등으로 인한 정신적 건강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중앙정부가 이들을 위한 커뮤니티 키친(마을부엌)을 지원할 수 있도록 국민참여예산 사업을 제안하려 한다.

이는 문재인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푸드플랜'과도 일맥상통하다는 게 김 이사장의 주장이다. 푸드플랜은 지역의 먹거리 생산, 유통, 소비 등을 하나의 선순환 체계로 묶어 관리함으로써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관리 시스템을 의미한다.
김 이사장은 "푸드플랜의 큰 목적은 먹거리 취약계층에 일종의 '기본권'인 먹거리 안정성을 제공해 먹거리 공정성을 높이는 것"이라며 "커뮤니티 키친, 마을부엌 등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국민참여예산 제도의 아쉬운 점도 전했다.
그는 "사업을 제안받아 타당성이 있는지 따져서 예산에 반영할지 여부를 판단하는 게 지금의 시스템"이라며 "예산을 미리 확보해놓고 우선순위를 정해서 배분하는 시스템으로 바꾼다면 국민참여예산을 좀 더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ktop@fnnews.com 권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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