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찬성 직인 찍어라"…정치권에 '파란장미' 주의보

      2019.11.27 11:00   수정 : 2019.11.27 14:37기사원문
'파란장미시민행동' 홈페이지 메인화면 캡처. © 뉴스1

(서울=뉴스1) 이우연 기자 = 한 진보 성향 유튜버와 네티즌들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의 국회 본회의 부의를 앞두고 국회의원을 상대로 벌이는 '공수처 찬성 서약서' 운동이 논란이다. 참여자들은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패스트트랙 법안에 공조한 정당의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등에 찬성 투표할 것을 약속하는 서약서에 직인을 찍어 제출하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그 수준이 "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파란장미시민행동'이라는 단체는 21일 출범해 민주당 의원을 중심으로 공수처 설치에 찬성하는 서약서를 제출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해당 단체를 주도하는 한 유튜버는 단체의 출범을 알리는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파란장미는 불가능의 상징이었는데 과학자들은 결국 파란 장미를 만들어냈다. 파란장미는 기적의 상징"이라며 "우리는 이제 백만송이 파란장미가 돼 조국의 꿈, 우리의 꿈, 조국 수호와 검찰개혁의 꿈을 이루고자 한다"고 운동의 취지를 밝혔다.


파란장미시민행동의 홈페이지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하면 자유한국당과 우리공화당을 제외한 국회의원 185명의 서약서 제출 여부가 전광판으로 뜬다. 제출하지 않은 의원들을 따로 분류한 카테고리도 있다. 제출한 의원들의 서약서 스캔본이 올려져 있기도 있다.

27일 오전 현재까지 서약서를 가장 먼저 제출한 김성환 의원 등 민주당 85명과 무소속 1명(손혜원 의원) 등 총 86명의 의원들이 서약서를 제출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제출했다.

해당 단체의 참여자들은 "직접민주주의의 표출이다", "이렇게라도 서약서를 봐야 마음이 편할 것 같다"며 운동 참여 취지를 밝히고 있다.

반면 여당 의원들과 보좌진 사이에서는 "이게 직접민주주의냐"며 불만이 들리고 있다.

서약서를 제출한 한 의원실의 보좌관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하루에 의원실로 연속 30통가량의 전화가 와서 업무를 보기 힘들 정도였다"며 "너무 시달려서 그냥 서약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26일 민주당 의원들이 소속된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도 관련 문제가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민주당 수도권 중진 의원은 단체대화방에서 "파란장미 시민행동이라는 유튜버가 국회의원들 상대로 공수처 설치법 서약서를 받는 행동을 하면서 전화로 각 사무실에 귀찮게 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것이 과연 타당한 일인가"라며 "당론으로 이미 정해진 법안이고 모두 찬성한 법안을 왜 이런 유튜버가 검증하듯이 실시간 방송을 하면서 돈을 모금하도록 하는데 국회의원들이 들러리를 서는 것인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헌법기관이 정체도 불분명한 개인 유튜버에게 어떤 법안 의사결정에 대해 서약서를 제출한다는 것이 상식적인 일인가"라며 "서약서에 헌법기관의 직인까지 찍어 상급기관에 제출하듯이 한다는 것이 과연 대의 민주주의의 긍정적 보완요소인 직접 민주주의로 볼 수 있는 사안인가"라고 반문했다.

중진 의원의 이 같은 메시지 이후 몇몇 의원들이 동조의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날 표창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공신력 없는 유사 단체 등의 후원금 요구에는 유의해 사익 추구 행위에 이용당하지 말아 주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서약서를 내지 않은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압박에 못 이겨 서약서를 내는 의원들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서약서를 제출하지 않은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개인 핸드폰으로도 참여하지 않으면 낙선 운동한다는 문자와 전화가 와서 시달리고 있다"며 "국회의원의 입법 활동은 양심에 따라 하는 건데 서약서를 받는 것도 말이 안 되고, 거기에 동조하는 의원들도 창피하다"고 말했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공수처 설치에 찬성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서약서를 내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당대표까지 서약서를 제출했는데 다들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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