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규정에도 맞췄는데 '도박 게임'이라니… 게임위 결정 납득 안 돼"

      2019.12.02 17:16   수정 : 2019.12.02 17:47기사원문
"한국에 게임을 출시하려면 게임물관리위원회 등급분류 심사를 받는 것이 규정이다. 우리는 한국 기업이고 한국에서 게임을 개발하고 있으며, 당연히 한국 서비스를 하고 싶다. 규정을 지키기 위해서 심의를 신청했다.

게임위가 우리 게임을 사행성 게임이라고 판단했는데, 납득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이의신청을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

신휘준 노드브릭 대표(사진)는 요즘 국내외 블록체인 게임 업계 관계자들에게 위로를 듣느라 바쁘다. 노드브릭은 한국 블록체인 게임사로는 처음으로 블록체인 게임 '인피니티스타'의 게임위 등급분류 심의를 신청했고, 두달이 넘는 심의 기간을 거쳐 지난달 등급분류 거부 판정을 받았다.

2일 파이낸셜뉴스 블록포스트와 만난 신휘준 대표는 "한국에서 나온 기사를 보고 이미 인피니티스타를 즐기고 있는 미국, 일본의 이용자들도 트위터 등 커뮤니티를 통해 게임위의 결정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위로하고 있다"며 "인피니스타가 도박성 게임이라는 낙인을 지우고 싶어 개임위 재심을 신청했다고 심정을 털어놨다.

■"'사행성' 낙인 지우고 싶어"

신휘준 대표는 '뮤'로 잘 알려진 웹젠에서 게임서비스본부장, 경영전략본부장 등을 지낸 오랜 '게임맨'이다. 오랜 게임 경력의 신 대표는 "인피니스타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게임이기 때문에 각국 게임규제를 사전에 검토하고 최대한 보수적으로 개발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피니스타는 캐릭터를 수집하고 아이템을 수집, 강화하고 이용자의 투입 시간과 경험에 따라 캐릭터가 성장하고 강해지는 전형적인 역할수행게임(RPG) 이라며 "우연성에 좌우되는 확률형 아이템도 팔지 않으며 게임 내 어떤 형태의 거래 기능도 제공하지 않고, 성인 이용가로 심의를 신청했는데 어떤 점이 사행성인지 이해가 안된다"고 토로했다.

신 대표는 인피니스타가 글로벌 규제에도 맞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을 팔 수 없도록 하기 때문에 아예 이런 형태의 아이템을 배제했다

그는 "최근 모바일 게임 분야에서 블록체인 게임들이 자율등급분류 사업자를 통해 한국 시장에 출시되고 있는 것을 보면 허탈하다"며 "차라리 인피니티스타를 모바일게임으로 전환하는 편이 낫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한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신 대표는 "규정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사업자가 피해를 보는 이상한 상황이 된 것 같다"며 "게임위가 사행성이나 우연성 같은 애매한 기준이 아닌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주고 게임 개발사에게 맞추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게임위는 인피니티스타를 사행성이 있다며 등급분류 거부 판정을 내렸다.

■"해외선 블록체인 게임 안착중"

신 대표는 이미 해외에서 블록체인 게임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에서는 텐센트가 선보인 블록체인 게임 '일기래착요'가 최고 매출 4위를 기록했다. 일본에서는 (게임위가 문제 삼았던) 대체불가능한토큰(NFT) 아이템이 암호화폐가 아니라는 명확한 규정이 나왔다. 덕분에 10여개 이상의 개발사들이 대거 블록체인 게임 개발에 착수했다. 미국에서는 크립토키티 개발사인 대퍼랩스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 카드배틀 게임 '갓스언체인드' 역시 북미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이용자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신 대표는 "중국 개발사에는 물량에 밀렸고, 미국 개발사에는 참신성에서 밀린 상황에서, 시장의 유행을 선도하는 발빠른 개발을 강점으로 하는 한국 게임 개발사들이 아직 미성숙한 시장(블록체인 게임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제도가 뒷받침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격차 벌어지면 뒤집기 불가능"

최근 여러 블록체인 게임들이 지금 강조하는 것은 '이용자가 생산한'이다. 블록체인 게임 프로젝트들이 강력한 이용자 커뮤니티를 보유하고 있고, 이 커뮤니티에서 이용자들이 새로운 게임을 제작한다거나, 새로운 이벤트를 만드는 등 적극적인 참여가 이뤄지고 있다.
신 대표는 그래서 게임위의 결정이 더 아쉽다고 했다.

그는 "블록체인 게임 성공의 기준은 이용자들의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이며, 이 말은 결국 한번 격차가 벌어지면 뒤집기가 정말 어려워진다는 의미"라며 "지금 한국이 일본, 중국, 미국에 뒤쳐지면 따라잡을 수가 없다.
리니지가 20년 가까이 한국 게임 시장을 주름잡는 것도 결국 '린저씨'들을 선점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jjoony@fnnews.com 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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