銀, AI 기반 '레그테크' 도입 확산..."내부통제·소비자보호 강화"
2019.12.04 18:11
수정 : 2019.12.04 22:33기사원문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AI에 기반한 '레그테크'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특히 약관에 대해 AI가 적정성을 사전 판단해 결과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이와 관련, 지난 2월 우리은행은 은행 업무에 특화된 AI 기반 'MRC(Machine Reading Comprehension)' 기술을 자체 개발했다. 신규 상품과 서비스 출시 이전 약관·법률 점검에 MRC를 도입할 예정이고, 약관의 투자자 보호 항목 포함 여부나 적절성을 판단하게 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MRC 자체적으로 상품·서비스에 대한 약관·법률 관련 체크리스트가 있고, MRC가 텍스트를 쭉 읽고 체크리스트에 해당되는 사안들이 (상품·서비스에) 반영이 됐는지를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우리은행은 '챗봇(ChatBot)'을 활용해 직원에게 법률·규제 관련 실시간 업무 지식을 제공하고 있다. 직원용 챗봇은 업계 최초로 도입했고, 현재 약 13만여 건의 업무 지식 검색이 가능하다.
앞서 신한은행은 정보보호 레그테크 시스템을 구축했다. 글로벌 정보보안 강화를 위한 모니터링 기능을 제공하고, 관리체계와 정보관리 현장점검업무를 전산화해 업무효율성을 제고한다. 빅데이터 분석에 기반해 정보보호법규 준수 점검업무 정착화를 목표로 한다. 아울러 KB국민은행은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와 보안평가, 대출사기문자 방지 AI 알고리즘 등에 레그테크 기술 활용을 모색하고 있고, IBK기업은행은 보이스피싱 방지 AI 앱을 시범운영 중이다.
이 같은 은행권의 움직임은 내부통제와 소비자 보호에 대한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의 고위험 상품 문제는 내부통제와 소비자 보호에 대한 경각심을 더욱 높여 향후 은행권의 레그테크 활용은 보다 고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도 국내 금융사들의 레그테크 도입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최근 금감원은 레그테크 관련 쇼케이스를 개최하고, 레그테크를 실제 규제 업무에 적용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부터 12개 국내 은행에 위규 외국환거래 방지시스템 단계적 구축에 착수했다. 이와 함께 금융사의 규제준수 비용을 줄이기 위해 각종 금융 규제를 기계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변환하는 'MRR' 모델 수립 실무 절차에도 들어갔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증권사를 중심으로 감독, 모니터링 및 고객 식별, 자금세탁방지(AML) 등 다양한 분야에서 레그테크 툴이 활용되고 있다"며 "그동안 국내 은행권에선 레그테크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았지만, 내부통제와 소비자 보호 등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금융사뿐 아니라 감독당국도 레그테크를 활용해 금융감독의 패러다임 변화를 모색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kschoi@fnnews.com 최경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