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모닥불쇼'
2019.12.05 17:42
수정 : 2019.12.05 17:42기사원문
김 위원장의 모닥불 앞 사진이 가장 눈에 띄었다. 그의 옆에서 현송월 당 부부장, 조용원 당 제1부부장 등이 엉거주춤 곁불을 쬐는 장면이다. 국외자들이야 인공지능(AI) 시대에 웬 '모닥불 쇼'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북한의 눈으로 북을 이해하는 '내재적 접근법'으로 보면 답이 보인다. 북한 정권은 백두산을 고 김일성 주석의 항일 빨치산 활동의 주무대로 선전해 왔다. 그래서 여기서 '야전회의'를 연 의도는 뻔하다. 내부를 결속하며 미국과의 '비핵화 기싸움'에서도 밀리지 않겠다는 뜻이다.
다만 북 세습정권의 '백두혈통' 신화도 김일성의 항일 이력이 크게 부풀려진 것처럼 일종의 상징 조작의 결과다.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러시아 아명 유라)이 러시아에서 태어났지만, 백두산 밀영을 출생지로 포장하고 있듯이. 김정은 역시 백두산 태생은 아니다. 오히려 그의 마음의 고향은 원산이란 말도 있다. 북송 재일동포 출신인 생모 고영희가 처음 북한 땅을 밟은 곳이어서다. 그래서인지 그는 원산 인근에 마식령 스키장을 건설하는 등 그 일대 금강산관광특구에 각별히 애착을 갖는다.
그렇다면 그가 칼바람 속에 백두산에 오른 건 그만큼 답답한 처지라는 얘기다. 스스로 설정한 비핵화 협상의 연말시한이 다가오면서다. 그는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를 소집하는 등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재개 카드로 대미 '시위' 중이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며 대북제재를 완화하거나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결국 백두산 '모닥불 쇼'는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묵인 받으면서 경제지원을 받으려는 전략이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짜낸 궁여지책격 이벤트일 듯싶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