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들 밥먹는데 방해돼요".. '노튜버존' 내건 식당들

      2019.12.07 10:00   수정 : 2019.12.07 09:5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편집자주자신의 행위에 대해 옳고 그름의 판단을 내리는 도덕적 의식, 당신의 '양심'은 어디쯤에 있나요?

# 최근 직장인 이모(33)씨는 불쾌한 경험을 했습니다. 친구와 함께 소위 '맛집'이라 알려진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갔는데, 식사 도중 카메라를 든 한 남성이 들어와 라이브 방송을 시작한 것입니다. 시청자와 소통한다며 크게 떠들어대는 BJ의 목소리에 친구와의 대화가 방해된 것은 물론, 행여나 카메라에 자신의 얼굴이 잡힐까 걱정도 됐습니다.

확인 결과 다행히 방송에 얼굴이 노출되지는 않았지만, 즐거운 식사 자리를 방해받아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고 하네요.


얼마 전 '노튜버존'의 등장이 화제가 됐습니다. 영유아나 어린이를 동반한 고객의 출입을 제한하는 '노키즈존', 청소년의 출입을 제한하는 '노틴에이저존'은 들어봤는데, 노튜버는 뭐냐고요? '노 유튜버(NO+Youtuber)', 바로 유튜버나 온라인 방송 BJ의 입장을 거부한다는 뜻입니다.
유튜버들이 대체 어떤 행동을 하기에 유명 식당들이 노튜버존 선언을 하게 된걸까요.

■ 노튜버 외치는 식당들, 어떤 '민폐' 때문에?
지난 11월, 가평의 한 음식점이 '노튜버 존' 선언을 했습니다. 방송을 통해 유명세를 치른 후 유튜버들이 찾아와 무분별한 방송을 하는 통에 한바탕 몸살을 앓았기 때문인데요. 해당 식당은 가게 앞에 "식당 내 유튜버·BJ 등 개인방송 촬영을 금지합니다. 식사하시는 일반 손님의 불편함이 많아지고 있습니다"라는 글을 내걸었습니다.


이에 앞서 서울 용산구의 한 냉면집은 지난 1월 인스타그램을 통해 "가게 내 개인방송 촬영 및 각종 SNS 업로드를 금지합니다"라고 공지했습니다. 사장 내외는 이와 함께 "저희 냉면을 사랑해 주시는 마음은 정말 감사합니다. 하지만 불편하실 일반 손님들을 위해 촬영은 모두 거절하겠습니다"라는 안내문을 들고 촬영한 사진을 게시했습니다.


이들이 '노튜버존'을 내걸게 된 이유는 단순합니다. 식당을 찾아온 유튜버들이 영상 촬영이나 라이브 방송을 진행한다며 손님들의 식사를 방해하기 때문이죠. 동의 없이 자신의 식사 모습이 촬영되는 점, 시끄러운 방송 때문에 조용한 식사가 방해되는 점 등이 대표적인 민폐거리로 꼽힙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홍보'를 명목으로 공짜 서비스를 요구한다거나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촬영하고 싶다며 주방에 들이닥치는 등 식당 종업원들도 괴롭게 하고 있습니다.

■ "양심적인 유튜버들까지 욕 먹이는 행동, 안타까워"
대다수 네티즌들은 '노튜버존' 도입을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이들은 "식사 중에 카메라가 돌아가면 옆에서 밥 먹는 사람들 엄청 신경 쓰인다", "모자이크도 제대로 안 하면서 찍는 거 진짜 싫었다", "노키즈존은 싫지만 노튜버존은 적극 찬성한다"와 같은 반응을 보였습니다. 일부 네티즌은 "병원이나 헬스장에도 카메라 들고 오는 사람들 많다", "번화가를 지나는데 셀카봉을 들고 있는 BJ들이 억지로 붙잡아 자기 방송에 참여시켰다. 좋아하는 이성 스타일을 묻더라"라며 무분별한 라이브 방송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실제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도 환영 의사를 밝혔습니다. 부산 남포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유명 유튜버나 SNS 이용자가 방문하면 당연히 홍보 효과가 있다. 하지만 갈수록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가게 손님들이나 직원과의 마찰이 벌어지곤 한다. 이는 가게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준다"고 말했습니다. A씨는 "얼마전 SNS 팔로워가 많다며 가게를 홍보해준다던 학생들에게 서비스를 주고도 모욕적인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 이후로 자체 SNS 이벤트까지 종료하게 됐다"라고 토로했습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B씨는 "혹여나 카메라를 든 손님이 방문하면 주위에 최대한 피해를 주지 말아 달라고 요청한다. 그래도 일부 손님들은 불쾌해 하는 눈치다"라면서 "먹방을 즐겨 보는 편인데,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으려 양심적으로 방송하는 유튜버들도 많다.
그들까지 싸잡아 욕먹게 돼 안타까울 뿐이다"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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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set@fnnews.com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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