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아들 몽타주엔 아버지 얼굴이 그대로…애타는 30년 기다림

      2019.12.09 18:32   수정 : 2019.12.10 13:12기사원문
실종아동 김호씨 실종 전단과 30대 추정 모습(김기석씨 제공) © 뉴스1


실종아동 정유리씨의 유치원 졸업사진과 39세 예상 몽타주(정원식, 김순옥씨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민선희 기자,유새슬 기자 = "몽타주에는 우리 조카 모습, 내 모습이 다 나와있어요. 우리 호야도 자랐다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실종아동가족 송년회장에서 만난 김기석씨는 뉴스1과 만나 33년 전 잃어버린 아들 김호씨의 30대 추정 몽타주를 보여줬다. "이 사진 꼭 올려 줬으면 좋겠다"며 꼼꼼하게 휴대전화 사진첩을 뒤진 끝에 내민 사진이었다. 김호씨의 몽타주 속에는 아버지 김기석씨의 얼굴도 남아있었다.

몽타주를 바라보는 김기석씨의 눈에서는 먹먹함이 묻어났다.

실종아동가족들의 연말 송년회가 9일 오후 서울 용산역 ITX 제6회의실에서 열렸다.
아동권리보장원이 주최하는 이날 송년회 행사에는 실종아동가족 50명이 넘게 참석해 미술치료를 함께 받고, 실종아동수색 관련 간담회를 진행했다.

"전국에 안 가본 곳이 없다"며 운을 뗀 김씨는 "그 당시만 해도 경찰서에 신고해도 그저 '기다려 보라'라고만 하며 관심을 두지 않았다"며 "조그만 아이도 가출이라면서, 제대로 신경써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현재 경찰 수사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지금 본청에서 수사를 한다고 하지만, 지방청이나 일선서로 넘어가면 또 진행이 더디다"며 "본청을 통해 일선서 직원과 통화를 해야 그제서야 움직이는 경우도 많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일선 경찰서에서는 시설에 있는 아동들 사진도 개인정보보호법을 이야기하며 안보여 줄 때가 있다"며 "실종아동법에 의해 사진을 볼 수 있는 것인데 그것 조차 모르는 경찰들이 많은 셈"이라고 꼬집었다.

실종아동가족 송년회장에서 만난 정원식씨와 김순옥씨도 오랜 그리움으로 남은 딸, 정유리씨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정유리씨는 만 11살이었던 1991년, 할머니와 시골에서 지내다가 안산에 온 지 5일만에 실종된 뒤 29년째 부모님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어머니 김씨는 "당시 경찰에도 신고하고, 할 건 다했다"면서 "아기가 스스로 나간 것도아니고 어떤 남녀가 차에 태워데리고 갔다는데 지금까지 수사흔적도 없다"고 경찰 수사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아버지 정씨도 "지금이야 폐쇄회로(CC)TV 가 곳곳에 있어서 금방 실종사건이 해결된다지만, 그때는 그렇지 않았다"면서 "경찰에 수사내역이 있느냐고 물으니 없다고 했다"고 했다.


기자의 손을 잡고 간절한 표정으로 인터뷰를 이어가던 이들은 지난 30년을 되돌아보며 이 같이 말했다.

"개구리소년들이 실종된 게 3월이고, 우리 유리가 같은 해 8월5일 없어졌어요. 안산에 있는 산도 웬만한 산은 다 뒤져보고, 아파트 주차장들도 엄청 찾아다녔죠. 죽지 않았다면, 어딘가 살고 있을텐데 찾지를 못해 이러고 있으니까. 문득문득 그 생각이 날땐 정말 정신이 핑 돌아요. 할 말이 많은데, 우리 유리를 꼭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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