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조 삭감될뻔한 예산안, 강행처리로 1.2조 삭감

      2019.12.10 21:23   수정 : 2019.12.10 21:2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정기국회 마지막날인 10일, 늦은 밤까지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놓고도 여야는 강경 대치를 벌인 끝에 2020년도 예산안이 처리됐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전날 예산안 협상에 참여했지만 삭감 규모를 놓고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민주평화당·정의당+대안신당)'가 도출한 예산안 수정안을 놓고 하루종일 격한 대치가 이어졌다. 결국 문희상 국회의장이 이날 밤 본회의를 속개해 4+1 협의체의 1조2000억원 순감한 수정안과 한국당의 14조원 순삭감한 수정안을 상정하면서 본회의장에선 고성이 오갔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국당안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4+1 협의체안을 놓고 표결이 이뤄져 고성과 항의 끝에 내년도 예산안이 처리됐다.

■1조6000억 순삭감 합의했으나
여야 3당 원내교섭단체는 513조5000억원 규모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1조6000억원을 삭감하는 것에는 합의했다.
4+1 협의체에선 1조2000억원 순감한 512조2500억원대 규모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삭감 규모를 놓고 민주당은 1조원, 한국당은 3조원, 바른미래당은 2조원 삭감을 주장한 끝에 협의를 통해 삭감 규모에서 접점을 찾은 것이다.

그러나 삭감의 세부내역 공개를 놓고 민주당과 한국당이 신경전을 벌이면서 예산안 처리가 지연됐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저녁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기존에 1조2000억원 삭감은 무엇을 합의했는지 내용을 좀 알자고 했는데 (민주당이) 일일이 그걸 따지면 시간이 걸려 오늘 처리 못한다며 내역 공개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한국당의 입장차로 인해, 결국 민주당은 1조2000억원 순삭감안을 다룬 수정안을 상정했고, 이에 한국당은 14조원 순삭감안을 포함한 수정안으로 맞불을 놨다.

앞서 예산안 상정 시점도 의견차가 뚜렷했다. 한국당은 회동에서 한국당을 제외한 4+1 예산 심사가 법적 근거가 없다는 논리를 앞세워 3당 합의 처리를 주장, 예산안 상정 시점을 하루이틀 정도 늦출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반면 민주당은 무조건 정기국회 내로 예산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 한국당에 끌려다니지 말고 4+1 협의체에서 나온 수정안이라도 처리하자며 맞섰다.

■네탓 공방…정치력 부재 논란
이날 오전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스쿨존 안전강화 등을 담은 '민식이법'과 청해부대 파병연장안 등 16개 비쟁점 법안·안건이 가까스로 처리됐으나, 여야는 정치력 부재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치열한 대립을 앞둔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검찰개혁법 등 패스트트랙에 오른 법안들이 이날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아 충돌이 최소화됐음에도 예산안을 놓고 벌이는 '네탓 공방'에 무의미한 회동만 잇따랐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어제(9일) 한국당 의총에서 5개의 합의사항 중 네가지가 번복되기 시작했다"며 "제가 받은 느낌은 예산심사가 조금 혹독하게 표현하면 '예산 심사쇼'로 그쳤다. 하루 일정을 벌기 위한 '알리바이' 과정에 불과했다"고 반발했다.

급기야 합의가 마련되지 않자 민주당은 기존 4+1협의체 안을 강행처리하기로 하면서, 본회의가 소집됐다.

문희상 의장이 저녁 본회의를 속개해 예산 수정안을 상정하자 본회의장에 긴급 집결한 한국당 의원들이 강력 항의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문 의장의 아들을 겨냥해 "아들 공천" "공천댓가" "세습공천"을 외치며 문 의장을 압박했고, 조경태 한국당 의원이 토론자로 나서며 시간을 지연시켰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본회의 도중 입장문을 내고 "국회의장마저 입법부를 포기한 것으로 입법부의 치욕의 날이 될 것"이라며 "문(文)정권과 국회의장, 그 이중대 정당들의 국회의원들 한명 한명이 역사적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강력경고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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