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극 빙하가 녹아들어가면 지구 해수면 5.6m 상승"

      2019.12.13 06:00   수정 : 2019.12.13 06: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빙하의 경계가 내륙 방향의 산마루를 넘어서까지 물러나면 따뜻한 바닷물의 유입으로 서남극대륙 빙하는 더 이상 멈출 수 없는 붕괴양상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더 심각한 상황으로 서남극 빙하 전체가 바닷물이 들어왔을 경우 지구 해수면은 5.6m가 상승할 것이다."
극지연구소는 500m 해상도로 남극 빙하 밑 지반을 정확하게 살펴볼 수 있는 남극대륙 지형도(BedMachine)를 국제공동 연구팀과 함께 제작했다고 13일 밝혔다.



수천m 두께의 빙하로 덮인 남극대륙의 지형은 빙하가 흐르는 방향과 속도를 결정하기 때문에, 빙하가 바다에 잠기면서 일어나는 해수면 상승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정밀한 남극대륙 지형도가 필요하다.

특히, 남극바다로 이어지는 좁고 깊은 형태의 골짜기는 빙하의 움직임을 가속화하는 위험요소로 지목됐지만, 기존 1㎞ 이상급 지형도로는 확인이 어려워 관련 연구에 어려움이 많았다.

극지연구소 해수면변동예측사업단은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 대학, 미국 NASA 제트추진연구소, 독일 알프레드 베게너 연구소, 미국 텍사스 대학 등 22개 연구팀과 함께 얼음투과레이더 자료 등을 분석해 남극대륙 지형도의 해상도를 두 배 이상으로 높여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빙하 아래 소규모 구조들을 찾아냈다.

서남극대륙에서는 해발고도가 해수면보다 낮아 상대적으로 따뜻한 바닷물과 만나 빙하가 녹을 수 있는 불안정한 지역이 다수 발견됐다.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 대학 마티외 몰리켐 박사는 "새로운 지형도를 통해 한 협곡을 살펴본 결과 깊이가 해수면보다 3500m 아래에 있는 경우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현재 남극에서 가장 빠르게 빙하가 사라지고 있는 서남극 스웨이트 빙하의 경우, 산마루 형태로 발달한 지형구조가 바다 쪽으로 흘러가는 빙하의 흐름을 막는 방지턱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빙하의 경계가 방지턱 뒤로 녹아 바닷물이 들어온다면 따뜻한 바닷물이 보다 쉽게 들어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빙하가 줄어드는 속도도 가파르게 빨라져 서남극 빙하의 붕괴는 멈출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내 유일의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는 내년 1월 스웨이트 빙하와 인근 남극바다를 탐사할 계획이다.
이원상 극지연구소 해수면변동예측사업단장은 "정밀해진 지형도를 활용해 해수면 상승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는 연구를 수행 중이며, 향후 국내외 연안 침수 피해예방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2019년부터 추진한 해양수산부 '서남극 스웨이트 빙하 돌발붕괴의 기작규명 및 해수면 상승 영향 연구'의 일환으로 수행됐으며, 과학 분야의 저명한 학술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12월 온라인 게재됐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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